법원 “위험 충분히 안알려… 24명에 총 1억 배상”
같은 병원에서 성형수술을 했다가 비슷한 부작용 피해를 본 환자들이 인터넷에서 피해자를 모은 뒤 공동 소송을 제기해 처음으로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서울 강남의 한 병원에서 ‘종아리근육 퇴축술’을 받은 뒤 통증과 종아리 함몰, 양쪽 다리 비대칭 등의 부작용이 나타난 피해자 27명이 의료진 2명을 상대로 제기한 의료사고 소송에서 지난달 19일 피해자 27명 중 24명에게 400만∼580만 원씩 총 1억여 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 사건은 2007년 3월 안모(26) 씨 등 피해자 6명이 “종아리근육 퇴축술을 받은 후 부작용이 발생했다”며 인터넷 카페에서 모여 추가 피해자를 모집하면서 시작됐다. 카페를 개설한 후 이틀 만에 똑같은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이 70명 넘게 모였다.
같은 해 7월 카페에 가입한 최모(40) 씨는 “뒤꿈치를 디디면 근육이 심하게 땅기고 복사뼈 밑부분이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계속됐다”며 “인터넷을 뒤져 보니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증세를 호소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 이 카페 회원은 2500여 명에 달한다.
종아리근육 퇴축술은 종아리근육을 퇴화시켜 종아리를 날씬하게 하는 시술이다. 이 병원은 초음파로 비복근 운동 신경만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시술을 200만∼300만 원에 해 왔다.
양종윤 고려대 안산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염증 등 문제가 없는 신경을 죽이는 시술은 될 수 있으면 하지 말아야 한다”며 “굳이 해야 한다면 부작용을 충분히 설명해 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은 “병원 측이 환자들에게 부작용의 위험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고, 시술 과정에 과실이 있었다”며 설명의무 위반 및 시술상의 과실을 근거로 패소 판결을 내렸다.
패소한 의료진 중 C 씨는 “이번 사건은 다른 의사인 P 씨의 실수 때문”이라며 이달 11일 항소했다.
사건 변호를 진행한 법무법인 CS 이인재 변호사는 “성형외과 등 미용 분야의 의료사고는 피해액이 적거나 시간적 경제적 부담 때문에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이번 판결은 향후 감염사고 등의 의료사고에서 피해자들이 공동 대응할 경우 개별 소송보다 유리하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의료소송 전문 시민단체인 의료소비자시민연대 강태언 사무총장은 “부작용이 많은 시술을 하면서 소비자에게 위험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내년에 소액 피해자들의 피해를 구제하는 활동을 적극 벌이겠다”고 덧붙였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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