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하지 않도록, 다시 꿈을 꿀 수 있도록 도와주신 학교와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2009학년도 서울대 사회과학계열 기회균형선발 특별전형에 합격한 충남 홍성고 유영철(19·사진) 군의 이야기가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유 군은 감수성이 예민한 초중학교 때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하고 어머니와 이혼하면서 큰 혼란에 빠져들었다. 게다가 매일 술로 밤을 지새우던 아버지의 건강이 악화되면서 한창 공부할 나이에 병 수발까지 해야 했다. 지난해 5월 아버지가 간경화로 세상을 떠나자 공부도, 생활도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이때 유 군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곳이 학교였다.
학교 측은 월세방을 전전하던 유 군에게 기숙사를 제공하고 장학금을 지원하며 대학 진학의 꿈과 용기를 잃지 않도록 다독였다. 또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지 않도록 더욱 어려운 처지의 고아원 등에 봉사활동을 보냈다.
유 군은 차츰 안정을 찾았다. 기숙사가 쉬는 명절이나 공휴일에도 당직 교사들에게 매달려 부족한 공부를 채워 나갔다. 그 결과 문과 1등으로 3학년에 올라갔고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도 전 영역 1등급을 받았다.
“저도 어려운 환경이라고 생각했지만 육아원에는 저보다 딱한 아이가 많았어요. 그들을 보면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습니다.”
유 군은 경제학을 전공해 경제 관료가 되는 게 꿈이다. 나라의 경제발전을 도우면서 사회적 약자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하고 싶어서다.
담임인 신광덕(42) 교사는 “영철이는 지금도 읍사무소가 주소로 돼 있다”며 “역경에 굴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온 영철이가 대학에서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주변에서 많은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성=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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