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구청 일부 공무원들 돈다발 들고 ‘승진 줄서기’

  • 입력 2008년 12월 15일 18시 59분


서울 관악구청의 일부 공무원들이 승진을 위해 구청장과 가까운 사람들에게 돈을 건네며 '줄 서기'를 한 사실이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졌다.

15일 서울중앙지검에 따르면 서울 관악구 봉천8동에서 카센터를 하는 임모(61) 씨는 20여년 전 동네 민방위협의회를 통해 알게 된 김효겸 관악구청장이 2006년 당선되자 주변에 친분을 과시하고 다녔다.

임 씨는 지난해 10월 동사무소 6급 공무원 최모 씨가 찾아오자 "내가 구청장과 친하게 지내니 내가 얘기하면 구청장이 승진시켜 주지 않겠느냐. 그러나 맨입으로는 안 된다. 사무관 승진은 3000만 원이 기본이다"라고 말했다.

최 씨는 같은 해 11월 임 씨를 다시 찾아가 현금 3000만 원을 건넸고, 올 2월 실제로 사무관으로 승진했다. 최 씨는 인사가 끝난 뒤 임 씨에게 사례금 1000만 원을 추가로 줬다.

김 구청장의 친척으로 알려진 구청 감사담당관실 김모(53) 조사계장도 직원들의 비위를 감시해야 할 자신의 직분을 잊고, 오히려 돈을 받고 인사에 개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김 씨는 1월 자신의 사무실로 승진 예정자 김모 씨 등 2명을 불러 "승진대상자라고 무조건 승진되는 것이 아니다. 3000만 원을 가져오라"고 요구해 각각 3000만 원과 2500만 원을 받았다.

검찰은 임 씨와 김 씨가 받은 돈 중 일부가 김 구청장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이날 임 씨와 김 씨를 각각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및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기소했으며, 조만간 김 구청장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전성철기자 daw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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