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부 편리보다 은행만 챙기나” 논란

  • 입력 2008년 12월 15일 23시 14분


출산 전 진료비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로 15일부터 시행된 '고운맘 카드' 사업에 대해 임산부 편의는 고려하지 않는 제도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고운맘 카드는 산전 진찰에 드는 진료비(총 20만원·1일 사용한도 4만원)를 지원해주는 전자 바우처가 포함된 카드로 건강보험 적용 대상 임신부가 건강보험공단 지사나 국민은행 지점에 임신확인서(의료기관 발급)를 제출하면 발급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전자 바우처가 국민은행 체크카드나 신용카드 형태로 지원되다 보니 출산 보조금을 받으려면 이 은행 카드를 만들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연회비를 내야 하는 신용카드 발급을 강요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임신 24주차인 장모(31·경기도 의정부) 씨는 최근 고운맘 카드를 발급받으려고 국민은행 지점을 찾았다가 은행원으로부터 "먼저 신용카드를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 은행 계좌를 새로 만들고 연회비 3000원을 내는 신용카드를 만들었다. 장 씨는 "임산부를 위한 정책이 아니라 은행 실적을 올려주려는 정책 같다"고 말했다.

일부 지점은 백화점 상품권, 비누 등 경품까지 제공하면서 고운맘 카드를 신용카드로 만들 것을 권유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초기 시행과정에서 일부 영업지점에서 실적 과열 현상이 있었다"고 밝혔다.

산전 진료지원 카드는 △신용카드 △체크카드 △전용 바우처 카드 형태로 발급되는데 일반 임신부는 신용카드나 체크카드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체크카드나 신용카드 발급 없이 사용 가능한 바우처 전용카드는 신용불량자와 중증장애인 만 신청이 가능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일반 임신부의 경우 정보 보호, 카드 타인 양도 방지 등을 위해 체크카드와 신용카드 형태로만 발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복지부 보험급여과 관계자는 "바우처 전용 카드만 사용하려면 전용 단말기를 산부인과에 설치해야 하는 등 비용 문제가 생겨 이미 다른 바우처 사업을 진행 중인 국민은행 시스템을 이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고운맘 카드를 발급받으려는 임신부는 전국 산부인과에서 '출산 전 진료비 지원 신청·임신 확인서'를 받아 건보공단 지사나 국민은행 지점에 제출하면 된다. 카드는 분만예정일 이후 15일까지 건보공단 지정 산부인과(www.nhic.or.kr에서 확인)에서 모든 산전 진료 때마다 현금 대신 쓸 수 있다. 기간 내 사용하지 않은 잔액은 자동 소멸된다.

김윤종기자 zozo@donga.com

우경임기자 woohah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