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재수 선행반… 두달 반 빠른 ‘새 출발’

성적 업그레이드 ‘가속도’

《정시모집이 18일부터 시작이다. 그러나 일찌감치 재수를 결심한 수험생들은 벌써 기숙학원의 ‘재수 선행반’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재수 선행반’이란 각 기숙학원이 12월 말 중순에서 1월 초에 개설하는 기초반. 국·영·수를 중심으로 수능 전 범위를 한번 훑으며 개념을 잡아주는 게 보통이다. 수험생들이 재수 선행반을 선택하는 것은 다른 경쟁자에 비해 한 발 앞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다. 재수생들이 대개 2월 말 추가 합격자 발표를 지켜보고 3월에야 재수에 돌입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경쟁자에 비해 두 달 반을 더 벌 수 있기 때문이다. 》

과외식 수업 - 1대1 지도 통해 개개인 단점 보완 큰 호응

○ 재수 선행반, 어떤 점이 좋을까?

재수 선행반에 등록하는 학생들은 수능 성적이 본인이 희망하는 학교, 학과의 수준에 턱없이 못 미쳐서 조기에 재수를 결정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학원 담당자는 “재수 선행반에 등록한 학생들은 99% 정도가 수능 직전까지 기숙학원에서 공부를 하기 때문에 3월에 들어온 학생들보다 수능 성적 향상 폭이 훨씬 크다”고 분석했다.

공군사관학교를 목표로 하는 이지훈(광주 정광고 졸업) 씨는 경찰대나 사관학교의 1차 시험이 매년 8월에 실시되기 때문에 일찌감치 재수 선행반을 선택한 경우다. 이 씨는 사관학교를 전문적으로 대비할 수 있는 사관등용문학원에서 재수 생활을 한 결과, 지난해 4등급이었던 수리와 언어를 올해 각각 1등급, 2등급으로 올릴 수 있었다.

광주정일학원 재수 선행반에서 공부했던 김기진(경북 안동고 졸업) 씨는 “수능 이후 재수를 하기까지 공부 공백기가 생길 수 있는데 재수 선행반은 고등학교 3학년 때 배운 걸 잊어버리지 않도록 그 기간을 확실히 잡아줬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씨는 지난해 전체평균 등급이 4등급이었지만 올해는 2등급으로 올랐다.

재수 선행반의 수업은 3월에 시작될 본격적인 재수 정규반 수업에 앞서 학생 개개인이 취약한 과목, 단원을 찾아내 단점을 보완해 나가는 식으로 진행된다. 이를 위해 주요 기숙학원들은 ‘과외식 수업’을 도입하고 있다. 집에서 과외를 받듯 기숙학원에서 강사와 학생의 비율이 1:1인 개인지도나 1:3, 1:5인 그룹 과외식 수업을 들으며 부족한 점을 보충하는 것이다. 대개 단체 수업으로 진도를 나가고 과외식 수업으로 보충학습과 심화학습을 하는 식이다. 여기에 학과 담임과 생활지도 담임이 교대로 24시간 학원에 머물며 학생들의 질문을 받는다. 세종아카데미에서 재수생활을 한 권기만(충남 천안북일고 졸업) 씨는 “매일 밤 12시까지 야간자율학습을 하면서도 모르는 것을 언제든 물어볼 수 있다는 게 좋았다”고 평했다. 권 씨는 지난해 수능 전체평균 3.75등급에서 올해 1.08등급으로 성적을 대폭 올렸다.

기숙학원 주변에는 그 흔한 PC방, 노래방, 만화방, 술집도 찾아볼 수 없다. 대신 축구, 농구, 족구 등을 할 수 있는 운동장이 있어 건전하게 스트레스를 해소하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자칫 떠들썩하게 놀아버리기 쉬운 연말에도 학원에서 공부에 매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난해 12월 23일부터 올해 수능 3일 전까지 기숙학원에서 공부를 했다는 유혁준(경기 과천외고 졸업) 씨는 “크리스마스를 학원에서 보내려니 마음이 싱숭생숭했지만, 집에서 재수 생활을 했더라면 놀고 싶을 때마다 놀아서 분명 생활 관리가 안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 씨는 남양주정일학원에서 재수 생활을 한 결과, 수능 전체평균 2.7등급에서 1.7등급으로 성적을 올릴 수 있었다.

○ 재수 선행반, 어디서 들을까?

대입 정보가 빠른 수도권의 주요 기숙학원들은 대부분 경기도에 몰려 있다. 서울에서 차로 30분에서 한 시간 정도 걸리는 이들 기숙학원에는 수도권 학생은 물론 호남, 제주 등 전국의 학생들이 모여든다. 비용은 입학금이 50만∼80만 원, 월 학원 수강료가 160만∼190만 원이다. 수강료에는 교재비나 모의고사비도 포함된다.

경기 용인시 용인탑클래스학원은 국·영·수 전임강사가 교대로 늦은 밤까지 남아 일대일 과외를 하듯 질의응답을 해준다. 학습 효과를 높이기 위해 개인별로 작성한 학습 계획서를 확인해주고 일일 영단어 테스트와 주말 국·영·수 테스트를 통해 꾸준히 긴장감을 유지한다.

경기 용인시 사관등용문학원은 경찰대나 사관학교를 목표로 하는 재수생을 대상으로 특화된 학원이라 지방에서 일부러 올라와서 등록하는 학생들도 많다. 최상위권에 맞춰 국·영·수를 지도하는 것이 특징으로, 원생들의 목표의식이 분명한 만큼 수업 분위기가 진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기 광주시 광주정일학원은 일대일로 학습계획을 짜주는 멘터링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DCR(Dream, Change, Revolution) 멘터링’으로 불리는 이 시스템은 강사가 학생과 일대일 상담을 통해 연, 월, 주, 일 단위의 학습계획을 짜주고 학습 진행 상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해주는 것이다.

경기 양주시 세종아카데미는 MBTI 심리검사를 통해 학생의 성격 유형을 파악한 후 개개인에게 맞는 학습 스타일을 찾아내 맞춤형 공부지도를 하는 것이 특징이다. 인터넷 강의를 들을 때도 강사가 함께 듣고 내용에 대해 토론식 수업을 병행한다.

경기 용인시 용인경기학원은 보충학습이나 심화학습이 필요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정규 수업을 보완해줄 수 있는 국·영·수 학습 클리닉을 운영한다. 강사 1인당 6∼8명 정도의 학생이 배정되어 별도의 교재로 공부하는 그룹 스터디 형식이다. 이 학원은 모든 학생이 오답노트를 작성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경남 함안군 서울케이스사관학원은 1년간 휴가일수가 10일 이내로 짧은 편이다. 여름휴가 기간은 물론 추석 연휴에도 정상수업을 실시한다. 수업시간과 자율학습 시간을 교대로 배치하여 예습, 복습의 효과를 높이는 것도 특징이다.

경기 남양주시 남양주정일학원은 북한강 기슭에 위치해 주변 경관이 수려하고 공부에만 집중하기 좋다. 오전에 단체 수업으로 진도를 나가고 오후에 1:1, 1:3, 1:5 과외식 수업으로 각자 수준에 맞는 보충학습과 심화학습을 할 수 있다.

최세미 기자 luckyse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