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는 최근 2, 3년간 서울 대학 가운데 발전 가능성에서 가장 주목받는 대학 중 하나로 꼽힌다. 튼튼한 재정 기반을 바탕으로 ‘건국대 르네상스’라는 기치를 내걸고 과감한 투자와 외국 석학 유치 등을 통해 연구 분위기를 조성함으로써 특성화된 연구 중심 대학으로 새롭게 자리 잡아가고 있다. 올해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대학(WCU) 육성 사업에 6개 과제가 선정됐고, 외부 연구비 수주도 크게 늘어 2003년 184억여 원에서 올해 740억 원으로 4배 이상 늘었다. 학교 재단도 최근 5년간 1500여억 원을 투자해 지원에 나섰다.》
생명공학 분야 국내 최고 커리큘럼-교수진 자랑
올 기술경영학과 신설 ‘테크노 경영인’ 육성 나서
‘나’군 수능 100%-‘다’군 수능 70%+학생부 30% 반영
두뇌한국(BK)21 사업에서는 응용생명과학 분야 등 6개 사업단이 2008년 연차 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
우수 연구진 영입에도 힘써 지난해 의학 화학 물리학 분야에서 노벨상을 수상한 해외 석학 3명을 영입했고, 올해는 세계 최연소 교수인 알리아 사버(19·여) 교수를 임용하기도 했다.
수업 내실화를 위해 학문 단위로 연구 실적, 교육 커리큘럼 운영 상황, 학생 만족도 등을 조사해 상위 학과에는 학교발전지원금을 우선 지원하고 부진한 학과는 폐과 조치하는 등 강도 높은 학사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강의의 질을 향상시킨 교원들에게는 ‘우수 강사상’ ‘베스트 티처상’ 등을 통해 금전적인 인센티브도 제공하고 있다.
내년 4월에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도 문을 연다. 정원은 40명으로 일대일 맞춤교육을 통해 부동산 전문 법률가를 길러낸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같은 눈부신 실적을 바탕으로 건국대는 2011년까지 국내 사립대 5위권에 진입한다는 ‘드림 건국 2011’ 발전계획을 세우고 연구와 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국제적 연구역량 강화=건국대는 34개국 181개 대학과 교류협정을 맺고 복수학위제와 교환학생 프로그램 등을 통해 학생들에게 다양한 국제교류 경험의 기회를 주고 있다.
또 노벨상 수상자 3명을 주축으로 한 ‘KU 글로벌연구실’을 비롯해 세계적인 대학, 연구소, 다국적 기업과 글로벌 연구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올 6월에는 정보기술(IT)과 전자소재 분야에서 유럽 최고 권위 연구소인 핀란드 VTT와 ‘VTT 한국연구센터’를 공동 창립해 차세대 디스플레이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9월부터는 세계 최대 헬리콥터 업체인 유로콥터와 무인 수송기 개발을 비롯한 차세대 헬리콥터 개발 사업도 벌이고 있다.
이와 함께 독일 최대의 환경 에너지 기술연구센터인 프라운호퍼 연구소와 차세대 태양전지 연구소 설립을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융합으로 특성화=최근 부상하고 있는 융합기술과 기술융합을 선도하겠다는 전략도 세웠다.
건국대는 우선 생명과학 분야부터 학문 간 융합과 통섭을 시작했다. 2005년 △미생물학전공 △생명공학 △화학공학 △분자생명공학 △응용생물과학 등 5개 전공 교수 가운데 연구업적이 탁월한 교수들을 중심으로 특성화학부를 만들었다.
생명공학 분야에서 국내 대학 최고의 커리큘럼과 교수진을 자랑하는 특성화학부는 학교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우수 학생을 대거 유치해 수의예과와 함께 자연계열 최고 학과로 부상했다.
또 올해 국내 최초로 기술경영학과(MOT·Management of Technology)를 신설해 기업의 연구개발 전략 수립부터 기술 관리, 신기술 제품화까지 모든 업무가 가능한 ‘테크노 경영인’ 배출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술경영 창시자인 윌리엄 밀러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를 영입해 대학원 과정의 ‘밀러 MOT스쿨’을 개설하는 등 테크노 경영인 집중 육성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이 밖에도 IT, 생명공학기술(BT), 우주공학기술(ST), 나노기술(NT)의 접목 등 융합 연구를 활발히 추진 중이다.
▽‘나’군은 수능으로만 1000명 선발=서울캠퍼스는 올해 정시모집에서 ‘나’군(1000명), ‘다’군(867명)으로 나누어 신입생을 선발한다.
올해는 기술경영학과, 자율전공학부, 영어교육과 등이 신설됐다. 또 특성화학부 정원도 60명으로 지난해보다 20명이 늘어났다.
기술경영학과는 인문계에서만 30명을 뽑는다. 영어교육과 정원은 15명이다. 자율전공학부는 인문계 80명, 자연계 40명 등 모두 120명을 뽑는다. 신입생들은 자유롭게 전공을 선택해 수강하고 졸업 때 이수한 학점에 따라 전공 학위를 받을 수 있다.
‘나’군은 모든 모집단위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만으로 신입생을 선발하고, ‘다’군은 ‘수능 70%+학교생활기록부 30%’를 반영한다.
‘다’군에 속한 수의예과, 사범대학 영어·수학·일어교육과와 교육공학과는 1단계에서 수능 성적으로 일정 배수를 선발한 뒤 2단계에서 ‘수능 70%+학생부 25%+면접 5%’를 반영한다.
수능 반영 방식은 △인문계 ‘외국어 35%+언어 30%+수리 20%+사회탐구 15%’ △자연계 ‘외국어 35%+수리 가 30%+언어 20%+과학탐구 15%’다.
학생부는 2, 3학년 내신성적만 반영한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 오명 총장 “공학-경영-인문학 접목…퓨전 학문이 성장 동력” ▼
올 9월에 4년 임기의 반환점을 돈 오명(68·사진) 건국대 총장은 “나만 해도 육군사관학교 경험 덕분에 지행합일의 덕목을 기를 수 있었다”며 “과학기술이 성장동력 구실을 해왔지만 앞으로는 한쪽만 교육해서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육사 18기 출신인 오 총장은 미국 뉴욕주립대 공학박사로 전자식 교환기, 4메가D램 반도체, 슈퍼미니컴퓨터 개발을 선두에서 지휘했다.
오 총장은 “이공계 기피 문제도 퓨전 교육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며 “공과대학에서 경제 경영 리더십 교육을 하고, 인문사회 계통도 기술 지식을 접목시켜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오 총장의 교육 철학에 따라 건국대는 국내 최초로 공학과 경영학을 접목한 학부과정 기술경영(MOT)학과와 대학원 과정 ‘밀러 MOT스쿨’을 개설했다.
오 총장은 “최고경영자(CEO)도 이제는 기술을 알아야 성공할 수 있는 만큼 지식기반 사회가 필요로 하는 기술경영 분야 최고 인재를 양성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첨단 과학기술과 융합 학문의 선두주자가 되기 위해서는 연구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세계 30위권 연구력을 갖춘 연구 집단을 10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융합 학문 연구력 강화를 위해 건국대는 축산·수의학·바이오 분야와 건국대병원, 의생명학과를 결합해 바이오 단지를 조성했다.
또 연구 자금 확보를 위해 건국대 주변 부동산 개발 사업인 ‘스타시티 사업’도 진행했다. 건국대는 이 사업을 통해 2005년부터 매년 재단전입금 300여억 원을 확보했다.
오 총장은 “연구 부문에 대한 투자를 해외에서 인정받아 지난 2년간 교류협정을 체결한 우수 대학이 74곳으로 늘었다”며 “지난해 영입한 노벨상 수상자들이 건국대 소속으로 논문을 발표하면서 국제 세계에서 건국대를 보는 눈도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 총장은 경쟁력 못지않게 튼튼한 학문적 기초와 균형 잡힌 교양 교육을 강조했다.
오 총장은 “무조건 이겨야 하는 사회는 건전한 사회가 아니다”며 “물고 뜯고 싸워서 선진국 문턱에서 좌절됐다고 후손들한테 비난 받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오 총장은 “건국대 졸업생들은 사고가 유연하고 자기 학습 능력을 갖췄다는 평을 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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