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 받혀도 드러눕는 개인택시… 왜?

  • 입력 2008년 12월 16일 02시 59분


택시 빌려줘 임대료 챙기고

장기 입원해 보험금 타내고

병원 빠져나와 영업도 하고

금감원 ‘부당 보험금’ 1624명 50억 적발

“병원에 누워 있던 사람이 어떻게 택시를 운행했나요?”

개인택시 운전사 박모(56) 씨는 2005년 말 뒤따라오던 차에 들이 받히는 사고를 당해 ‘서류상’으로는 한 정형외과 병원에 60일간 입원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 택시가 입원 기간 중 최소한 44일간 운행된 사실을 확인했다. 수사 결과 박 씨는 이 사건을 포함해 사소한 교통사고 4건을 기화로 200여 일간 허위로 입원해 6개 보험회사에서 3700만 원의 보험금을 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2월부터 경찰, 검찰과 공동조사를 벌여 경미한 교통사고를 당한 뒤 장기간 입원해 보험금을 부당하게 챙긴 개인택시 운전사들을 적발했다고 15일 밝혔다. 적발된 운전사는 1624명, 부정하게 타낸 보험금은 총 50억8100만 원이었다.

경찰이 주로 활용한 것은 택시의 액화석유가스(LPG) 유가보조금 지급 기록. 5월부터 개인택시 운전사의 유류구매카드 사용이 의무화돼 택시 운행 여부가 쉽게 확인된다.

당국은 적발된 운전사 중 상당수가 입원해 있는 동안 개인택시를 불법으로 빌려줘 임대료를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부당 보험금을 받은 것에 그치지 않고, 택시를 남에게 빌려줘 이중으로 부당 이익을 챙긴 것. 개인택시를 타인에게 맡겨 영업하다 적발되면 1차 때는 60일 이상 영업정지, 2차 때는 면허가 취소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택시를 빌려준 게 드러나 면허가 취소될까봐 ‘병원에서 빠져나와 내가 직접 차를 몰았다’며 보험사기를 자발적으로 인정하는 경우도 꽤 있었다”고 말했다.

평균 7000만 원(서울 기준)의 권리금에 거래되는 개인택시면허가 취소되기보다 보험사기 ‘초범’이 되는 게 이득이라는 계산이다. 형법상 보험사기의 형량은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지만 초범은 500만 원 정도의 벌금형에 그치는 일이 많다.

금감원 관계자는 “교통사고 환자의 입원율은 54.8%이지만 개인택시 운전사는 73.6%로 훨씬 높아 지속적 단속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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