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여 m 구간 양측 2차로를 1차로로
늘어난 보행자 공간에 이벤트 행사장도
서울 청계천 위의 도로에는 ‘걷기 힘든’ 보도(步道)가 있다.
청계천변 양쪽에 있는 보행통로인데 폭이 1m 안팎이라 한 사람이 겨우 지날 수 있다. 곳곳에 가로수까지 심어져 있어 보행로의 기능을 거의 상실했다.
유모차나 장애인은 더욱 지나다니기 힘들다. 장애인 단체들은 통행권과 청계천변 접근성을 보장하라며 서울시를 상대로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서울시조차 이 길을 보행로로 생각하지 않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처음 설계 당시 보행로의 개념으로 만든 게 아니라 관리자가 순찰을 돌면서 사용하는 안전 통로로 만들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내년이 되면 이 보도를 누구나 편하게 걸을 수 있게 된다. 서울시는 청계천의 시작 지점인 동아일보사 앞 청계광장에서 삼일교까지 880m 구간의 양쪽 편도 2차로를 1차로로 줄이고, 그 폭만큼 청계천변의 보행로를 넓히는 공사를 내년 말까지 끝낼 계획이라고 15일 밝혔다.
이 사업을 통해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시작해 청계천을 거쳐 인사동으로 이어지는 ‘황금 보행축’이 연결될 것으로 시는 기대한다.
○ 가로수 막혀 두사람도 못걸어
2005년 10월 복원된 청계천은 올해까지 7400만여 명이 방문한 서울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다. 하지만 청계천변 보행로만은 낙제점이었다.
강이나 천을 끼고 있는 대다수의 외국 도시는 강변이나 천변에 사람들이 편히 걸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놓고 있다. 프랑스 파리의 센 강이나 스페인 빌바오의 네르비온 강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청계천은 비좁은 보행로 때문에 대부분의 방문객은 수변 경관을 포기한 채 하부로만 통행해야 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많은 인파가 몰리는 청계광장부터 삼일교까지 편도 2차로를 1차로씩 줄여 보행로로 만들기로 했다. 보도는 현재 1m에서 4m로 넓어진다. 통행이 편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다양한 이벤트도 열 수 있다.
시는 16억5700만 원의 예산을 들여 내년 여름에 착공해 연말까지 공사를 끝낼 계획이다. 이와 함께 삼일교 근처에는 장애인 전용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장애인들의 이동 편의도 도울 예정이다.
○ 서울광장∼청계천∼인사동 보행 관광축 형성
시는 이와 함께 서울광장에서 청계천까지 이어지는 무교동길 820m도 내년까지 정비하기로 했다.
현행 3차로를 줄여 2차로로 만들고, 역시 남는 한 차로를 보행로로 만든다. 코오롱빌딩 맞은편의 주차장은 각종 이벤트를 열 수 있는 광장으로 조성한다.
사업이 마무리되면 관광객들은 서울광장을 출발해 청계천을 거쳐 인사동까지 이어지는 문화와 역사, 환경이 숨쉬는 ‘황금의 보행 축’을 여유롭게 거닐 수 있게 된다.
서울시 이성 경쟁력강화본부장은 “서울을 찾는 외국 관광객들은 대개 서울광장을 둘러본 뒤 인사동을 찾는다”며 “서울광장∼청계천∼인사동으로 이어지는 관광 벨트를 편하게 걸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이번 사업의 목표”라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