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보살펴 준 분들께 보답하고 싶어”

  • 입력 2008년 12월 16일 06시 44분


“훌륭한 외교관이 돼 지금까지 따뜻하게 보살펴 준 모든 분에게 보답하고 싶습니다.”

어려운 가정형편 등으로 동생과 함께 보육원에 맡겨져 6년째 생활하고 있는 충북 옥천고 이지용(19·사진) 군. 이 군은 2009학년도 서울대 수시모집에서 기회균형선발 특별전형으로 사회과학계열에 합격했다.

부모가 이혼한 뒤 아버지와 함께 이곳저곳을 전전하던 이 군과 한 살 터울의 동생 인용 군은 주위의 도움으로 13세 되던 2002년 옥천군 내 아동보육시설인 영실애육원에 들어갔다.

떠돌이생활을 한 탓에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한 이 군은 동생과 함께 인근 초등학교에 6학년으로 편입했다. 그러나 첫 시험성적은 참담했다. 한글을 겨우 읽는 수준이었던 이 군은 전 과목에서 꼴찌를 한 것.

이때부터 이 군은 이를 악물고 친구들을 따라잡기 위해 공부에 열중했다. 타고난 집중력에다 머리도 뛰어난 그는 점차 성적이 오르기 시작했고 초등학교 졸업 때는 학급 1등을 차지했다.

중고교에서도 이 성적은 그대로 유지됐다. 늘 전교 1, 2등을 놓치지 않았다. 독지가의 도움으로 중학교 때는 학원을 다니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공부는 학교와 보육원에서 스스로 했다. 야간자율학습이 끝나고 보육원에 오면 밤 12시가 넘었지만 교육방송을 챙겨보며 예습과 복습을 거르지 않았다. 보육원도 이 군을 위해 2인용 방을 배정해 다른 원생들의 방해를 받지 않도록 도와줬다.

공부뿐 아니라 학교생활에도 적극적이었다. 올 초에는 전교학생회장에 출마해 당선됐고 충북도 인재상도 받았다.

보육원에서 이 군을 담당하는 신종호(32) 씨는 “지용이는 공부뿐 아니라 운동 등 모든 면에서 최선을 다한다”고 말했다.

당초 경찰대에 들어갈 계획이었던 이 군은 한비야 씨의 책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를 읽고 진로를 바꿨다. 그는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한 뒤 유엔 등에서 제3세계 빈곤이나 인권문제 등을 연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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