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그룹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 김창)는 아파트 건립 용지를 살 수 있게 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방직업체 회장에게 거액을 건넨 혐의(배임증재 등)로 애경그룹 채형석(48) 총괄부회장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16일 밝혔다.
애경그룹 장영신 회장의 장남인 채 부회장은 2006년 11월 그룹 총괄부회장 겸 최고경영자로 취임한 뒤 그룹 경영 전반을 맡아 왔다.
검찰에 따르면 채 부회장은 2005년 11월 대구에 있는 대한방직 터 7만9000여 m²를 861억 원에 매입하는 과정에서 우선 매수권을 달라며 대한방직 설범(50) 회장에게 15억 원을 건넨 혐의다.
검찰은 채 부회장에게서 돈을 받은 설 회장에 대해서도 배임수재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 아파트 개발을 하려는 건설사들 사이에 대한방직 공장 용지를 사려는 경쟁이 치열했는데 설 회장이 돈을 받고 애경그룹에 판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채 부회장은 2005년 11월부터 2007년 9월까지 애경그룹의 계열사인 P사에서 회사자금 20억 원을 횡령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채 부회장은 2005년 말 애경백화점 주차장 용지를 사들여 주상복합상가를 건립한 나인스에비뉴가 분양자 중도금 명목으로 은행대출을 요청하자 이를 도와주는 대가로 6억 원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채 부회장이 이 같은 과정으로 마련한 돈 중 15억 원을 세탁했다고 보고 이 돈이 비자금 조성에 사용됐는지 수사 중이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