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천시의 내년도 세계무형문화엑스포 예산을 시의회가 모두 삭감해 마찰을 빚고 있다.
시의회는 최근 기획재정위원회를 열어 시가 상정한 2009년 문화예술 분야 사업 예산 121억900만 원 가운데 절반이 넘는 69억6200만 원을 깎았다.
이 가운데 엑스포 행사비(60억 원)와 무형문화재 보존 전승사업(2700만 원) 예산은 전액 삭감했다. 부천문화재단 출연금과 복사골예술제 등의 예산도 일부 깎아 22일 열리는 본회의에 상정할 예정이다.
시의회가 내년 엑스포 예산을 없애버린 것은 올 10월 처음 개최했던 엑스포의 관람객이 예상보다 적어 적자를 냈기 때문.
시는 당시 엑스포를 개최하면서 유료 관람객 40만 명과 무료 관람객 10만 명 등 모두 50만 명을 유치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엑스포 행사장을 찾은 26만 명 가운데 유료 관람객은 10만5600여 명(40.3%)으로 절반에도 못 미쳤다. 시가 모든 행정력을 동원했지만 엑스포에 대한 대중적 인기가 높지 않아 결국 38억 원에 이르는 적자가 났다는 것이다.
특히 올해에는 도가 20억 원을 지원했지만 내년에는 도가 도와주지 않아 시 예산만으로 엑스포를 치러야 하는 상황.
따라서 시의 재정 규모를 감안했을 때 엑스포에 60억 원을 투자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아 예산을 모두 삭감했다는 설명이다.
시는 시의회가 엑스포 예산편성에 대한 설명도 듣지 않고 전액 삭감한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엑스포가 실패했다는 지적에 대해 시는 엑스포가 끝난 뒤 가톨릭대와 리서치 기관에 의뢰한 설문조사 결과 관람객 65% 이상이 ‘참 좋은 행사였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공개했다. 또 ‘미숙한 부분만 보완한다면 세계적인 축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용역 결과가 나왔다고 주장한다.
문화정책은 첫 해에 성패를 평가할 수는 없는 것이며 엑스포는 문화도시를 지향하는 부천의 중요한 미래 산업이기 때문에 시는 엑스포 개최 여부와 관련한 시민 대토론회를 개최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시의회 관계자는 “행정감사를 통해 엑스포의 문제점을 파악했다”며 “내년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성공 여부가 불투명한 엑스포를 개최하는 것보다는 일자리 창출과 기업 지원 등 경제 분야에 예산을 쓰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세계적인 문화행사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용역 결과에 따라 엑스포를 시작한 것”이라며 “시의회가 자의적인 평가에 따라 일방적으로 예산을 삭감하는 것은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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