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머릿니 극성… 웬일이니?

  • 입력 2008년 12월 18일 06시 48분


유치원-초등생 사이 급속 확산

피부질환 옴 환자도 최근 증가

보건 당국 사태 파악조차 못해

“며칠 전 머리를 긁는 아들을 보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죠. 그런데 20여 년 전에 없어진 줄 알았던 머릿니를 다시 보게 될 줄이야….”

빈곤의 상징이었던 머릿니가 인천지역 유치원생과 초등학생 사이에 급속히 번지고 있어 보건당국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 연수구에 사는 주부 A(37) 씨는 11일 머리를 긁는 아들(6)의 모습을 보면서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리를 매일 감는데 왜 계속 긁을까 생각하며 아들의 머리 속을 유심히 살피는 순간 깜짝 놀랐다. 아들의 머리에서 10여 개의 서캐(이의 알)를 발견한 것. 좀 더 자세히 머리 속을 들여다본 A 씨는 초등학교 때 봤던 머릿니를 발견하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이때부터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머릿니 퇴치 약을 구입하고 아이들 침대 커버와 이불을 모두 세탁소에 맡겼다.

A 씨는 “최근 학교에서 가정통신문을 보내와 읽어보니 머릿니 퇴치방법과 예방법에 대한 내용이었다”며 “‘매일 씻는 아이들에게 무슨 머릿니가 있을까’ 하고 무심코 지나쳤는데 이런 일이 생길 줄 누가 알았겠느냐”고 말했다.

다음 날 이웃에 사는 주부 B(39) 씨에게 이 같은 사실을 밝힌 A 씨는 다시 한 번 놀랐다.

B 씨의 아이들도 2주일 전에 머릿니가 생겨 온 가족이 며칠 동안 퇴치 약을 사용한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B 씨는 A 씨에게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머릿니가 생겼다고 이웃이나 학교에 얘기하면 아이가 ‘왕따’를 당할 수 있다는 생각에 쉬쉬해서 그렇지 요즘 머릿니 때문에 난리다. 오죽했으면 학교에서 가정통신문을 보냈겠느냐”고 말했다.

연수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한 약사는 “9월부터 머릿니 때문에 약을 사러 오는 손님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남동구 K초등학교에 다니는 C(11) 양도 한 달 전 머릿니가 생겨 온 가족이 함께 약을 쓰고 서캐를 없애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참빗을 사용했다.

C 양의 아버지(41)는 “아이가 공부를 못할 정도로 머리를 긁어 살펴보니 서캐가 머리에 퍼져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건당국은 머릿니 발생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

연수구 보건소 관계자는 “머릿니가 발생했다는 신고를 접한 사실이 없다”며 “신고가 접수되면 인천시보건환경연구원과 국립의료원에 확진검사를 의뢰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인천지역에서는 머릿니뿐 아니라 전염성 피부질환인 옴 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 A병원에는 10월에만 22명, 11월에는 21명, 이달 1∼10일에는 무려 30명이 다녀간 것으로 나타났다. B병원에도 지난해 1, 2명에 불과했던 옴 환자가 올해 들어 매월 평균 2, 3명이 내원할 정도로 급증하고 있다.

인하대 피부과 최광성 교수는 “머릿니는 감염력이 크기 때문에 초기 대응을 잘해야 다른 학생이나 이웃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며 “최근에는 옴 환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만큼 주의가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질병관리본부의 최근 발표 자료에 따르면 전국 초등학생과 유치원생 100명 중 4명(4.1%)꼴로 머릿니가 기생하고 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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