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PISA)에서 1위를 차지한 핀란드의 비결은 무엇일까. 한국 학생들의 과학 능력은 왜 떨어지고 있을까.
강남화 미국 오리건주립대 과학수학과교수는 17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열린 ‘국제학업성취도 평가결과에 나타난 중고교생의 학력변화’라는 주제의 세미나에서 그 답변을 내놨다.
강 교수는 우선 실생활과 구체적으로 연결시키는 핀란드의 과학교육을 지적했다. 가령 우리나라는 물을 용매나 촉매처럼 물질의 한 예로 다루지만, 핀란드는 물이 실생활에서 어떻게 쓰이느냐에 초점을 둬 물의 정화와 같은 실용적인 내용을 강조한다는 것.
그는 “PISA가 측정하는 건 과학 지식 자체보다 일상 속에서 적용하는 능력”이라며 “핀란드에는 물리·화학·생물·지리 외에 ‘신체건강’이란 과학 과목도 따로 있어 자외선차단제, 신체운동, 방사선요법 등을 구체적으로 가르친다”고 설명했다.
평가원의 이미경 박사도 “일례로 PISA의 ‘신체운동’에 관한 문항을 보면 근육운동 할 때 몸의 변화, 운동하면 숨이 가빠지는 이유를 묻는다”며 “우리는 호흡이나 순환에 관한 과학 개념은 잘 가르치는 반면 이와 관련된 실생활에서의 운동이나 건강은 잘 다루지 않는다”고 했다.
강 교수는 양국 학생을 대상으로 ‘수업 주제에 관해 학생의 견해를 묻는다’, ‘교과 내용에 대해 토론한다’ 등을 질문했더니 이에 동의한 비율이 핀란드가 2.5∼3배 이상 높았다는 설문 결과도 소개했다.
그는 “우리나라 9∼14세의 총 수업시간은 1570시간으로 핀란드의 1512시간보다 많지만, 과학 수업시간은 166시간으로 209시간인 핀란드보다 오히려 적다”며 “핀란드와 비교해 우리 학생들은 과학을 덜 강조하는 풍토에서 배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영표 동아사이언스기자 sypy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