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1 결연… 경제 지원 넘어 인간적 정 쌓아
400명서 시작 급속 확산… 매달 자원봉사도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탤런트 김보성 씨는 지난해 가을부터 방배동의 6학년생 김모 군에게 매달 5만 원씩을 꾸준히 후원하고 있다. 근로 능력이 없는 68세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사는 김 군에게 이 돈은 작지만 학비로 쓰일 소중한 돈이다.
또 다른 서초구민인 탤런트 최란 씨는 2007년 추석부터 명절 때마다 심장질환으로 고생하는 방배동의 심모 할아버지에게 진료비를 10만 원씩 지원하고 있다.
서초구에는 이렇게 어려운 이웃과 결연을 맺어 꾸준히 도움을 주고 있는 이가 1470여 명에 이른다. 탤런트, 저명인사부터 평범한 주민들까지 총 1470여 명이 관내 어려운 2283가구와 인연을 맺고 나눔을 펼치고 있는 것. 서초구의 ‘나눔 바이러스’는 연말 추위도 녹이고 있다.
○ 아름다운 ‘나눔 바이러스’
외환위기 때 못지않은 세계적 불경기가 겹친 올겨울, 이렇게 아름다운 나눔이 서초구에서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데는 ‘일대일 결연사업’의 역할이 컸다.
일대일 결연사업은 저소득층에 대한 연례행사 식의 단발성 지원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불우이웃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서초구가 도입한 사업.
관내 중증장애인, 자녀 양육이 어려운 가정, 독거노인 등 도움이 필요한 사람과 후원 주민이 일대일로 인간적인 결연을 맺고 현금, 쌀, 가사 등 꼭 필요한 도움을 주는 방식이다.
구는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결연에 앞서 기초생활수급자, 틈새계층 가구를 일일이 방문하고 면담한 뒤 중매를 하듯 신중하게 후원자를 찾아 연결시켰다.
이런 정성 때문인지 결연을 맺은 이들은 전화를 주고받고 함께 문화생활을 하는 등 단순한 경제지원을 넘어 ‘인간적인 정’을 나누고 있다.
서초2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한 주민은 결연을 맺은 어르신을 위해 꾸준히 식사 대접을 하고 있고 서초1동의 주민은 결연가정을 위해 도배나 장판 깔기를 하고 이불도 마련해 드렸다.
주민들의 호응도 높은 편이다. 일대일 결연을 맺고 있는 1급 중증장애인인 권모(32·여) 씨는 “맞춤형 지원으로 꼭 필요한 다양한 도움을 받고 있다”며 “든든한 힘이 된다”고 말했다.
후원 주민도 늘어 작년 5월에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후원자가 400여 명에 불과했지만 올 12월까지 주민 1470여 명이 결연사업에 동참하고 있다.
최근 최수종 하희라 부부도 결연사업에 참여하겠다며 김밥을 직접 만들어 독거노인들에게 꾸준히 제공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도 큰 힘
적극적인 참여로 일대일 결연사업에 큰 힘이 된 서초구 관내 저명인사들은 ‘나눔이 즐거운 서초리더’ 모임을 통해 매달 자원봉사에도 나서고 있다. 김호성 전 서울교대 총장과 프로골퍼 구옥회, 배우 남일우 씨 등이 참여하고 있는 이 모임은 18일에도 ‘나눔이 즐거운 서초리더와 함께하는 아름다운 하루’라는 이름의 일일 바자회를 열었다.
서초구 박성중 청장은 “후원자 중심이 아닌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 중심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결연사업을 추진했다”며 “새해에는 결연사업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