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평수 前교원공제회 이사장, 온갖 핑계-장소 불문 돈 챙겨

  • 입력 2008년 12월 19일 03시 07분


■ 김평수 前교원공제회 이사장 금품수수

“中 유학 아들 방 얻게…” “골프접대비 필요…”

제때 원하는 돈 마련 안하면 “무능한 놈들”

직원들 카드깡 - 마이너스 대출 받아 상납

3차례의 영장 청구 끝에 구속된 김평수(61) 전 한국교직원공제회 이사장은 재임 시절 다양한 방법과 명목으로 돈을 챙긴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밝혀졌다.

18일 검찰에 따르면 김 씨는 2005년 9월 8일 경남 창녕군의 실버타운 ‘서드에이지’ 시행·시공사인 안흥개발의 장모 전 회장을 서울 여의도에 있는 공제회 사무실로 불러 “아들이 중국 유학 중인데 방을 새로 얻어야 한다. 도와줄 수 있겠느냐”며 돈을 요구했다.

장 씨는 나흘 뒤인 12일 서울 여의도의 한 일식당에서 김 씨에게 “실버타운 공사비를 증액해 달라”며 현금 2000만 원을 건넸고, 같은 달 20일에는 서울 강서구의 한 호텔 식당에서 다시 2000만 원을 줬다. 김 씨는 이후에도 자신이 살고 있는 서울 양천구 목동아파트 거실 등에서 현금 3000만 원과 명품 양복점인 ‘장미라사’ 상품권 200만 원짜리 10장을 받았다.

김 씨는 이사장 취임 직후인 2004년 9월 실버타운 사업에 대해 보고를 받았을 때는 “돈도 안 되는 이런 사업을 왜 하느냐”고 말할 정도로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전임 이사장인 이기우 당시 교육부 차관으로부터 사업을 계속 추진해 달라는 부탁을 받은 뒤엔 “실버타운 사업은 내가 이사장으로 오면서 진 빚 중 하나다. 이건 내 능력 밖이니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며 태도를 바꿨다.

실버타운 사업은 이 전 이사장이 퇴임 바로 전날인 같은 해 7월 19일 실무자의 반대를 무릅쓰고 직접 안흥개발과 사업인수 기본약정서를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공제회 직원들에게 “주말 골프접대비 등에 쓸 현금을 만들어 달라”며 노골적으로 상납을 요구하기도 했다. 제때 원하는 금액을 마련해주지 않으면 “이사장더러 어떻게 일을 하라는 거냐. 무능한 놈들”이라고 폭언을 퍼부었다는 것. 위세에 눌린 직원들은 개인 신용카드로 ‘카드깡’을 하거나 마이너스 대출을 받아 일단 상납을 한 뒤 납품업체에서 리베이트를 받아 이를 메웠다고 한다.

김 씨는 지난해 연말 성과급이 지급된 뒤에는 “내가 주식투자를 잘해 수익이 난 거지 직원들이 뭘 했느냐”고 핀잔을 줬고, 부하 직원들은 자신들이 받은 성과급을 갹출해 6000만 원을 상납하기도 했다.

일부 공제회 직원은 검찰 조사를 받던 중 김 씨에게서 받았던 수모를 떠올리며 눈물을 쏟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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