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학년 이상 초등 영어수업 2010년부터 1시간 늘려
말하기-쓰기 실용성 강조… 사교육시장 영향 미칠 듯
2012년부터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이 본격 시행되고 현재 초등 5학년생이 응시하는 2016학년도부터 이 성적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외국어(영어)영역을 대체할 경우 사교육 시장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교육당국이 시험의 형태, 수능 성적 대체 등에 대한 방침을 명확히 밝히지 않아 학생과 학부모들은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또 2012년부터 수능과 영어시험이 공존하는 점을 감안하면 고교생들의 학습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영어 능력 3종류=시험 수준이 한 가지인 토익이나 토플과 달리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은 3가지로 나뉜다.
1급은 대학생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대학 졸업, 취업, 유학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 예정이다. 평가도 점수로 매겨진다.
2급과 3급은 고교생을 대상으로 입시에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다. 2급은 영문과 등 수준 높은 영어가 필요한 학과에 진학할 학생, 3급은 실용 영어만 필요한 학과에 진학할 학생을 위해 개발된다.
이에 따라 2급은 현행 수능 외국어영역 수준, 3급은 이보다 쉽게 출제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 3급의 경우 사교육 과열을 막기 위해 ‘통과(Pass), 미통과(Fail)’ 방식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변별력 때문에 4∼9등급으로 자세히 점수를 매기는 방법도 검토하기로 했다.
실용성이 떨어지는 영어교육을 바꾸기 위해 도입되는 만큼 말하기와 쓰기 평가에 역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쓰기는 공교육에서 가르치는 데 한계가 있어 쉽게 출제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교육 증가 혼란 불가피=현재 초등 5학년부터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으로 입시를 치를 가능성도 있어 영어 사교육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되레 조기 유학 바람이 일고 영어 유치원과 특기적성 학원들이 성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찍 어학연수를 다녀와 ‘통과’ 수준 이상의 영어 실력을 갖추면 더는 영어 걱정 없이 수학 등 나머지 과목에 집중할 수 있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해질 수 있다는 것.
학부모 정선희(47·서울 노원구 중계동) 씨는 “새 시험이 생긴다니 일단 대비를 할 수밖에 없다”며 “동네 학원들도 수강료가 두세 배 비싼 원어민 강의를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상위권 대학들이 ‘통과, 미통과’ 정도의 평가시험을 인정하지 않고 별도의 영어시험을 볼 수도 있다.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2012년 이후에 각 대학이 입시에 영어능력시험 성적을 추가로 반영하는 것이 가능하다”면서 “고교생들이 2급과 3급을 모두 보는 것도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럴 경우 수능용, 2급용, 3급용 등 세 가지 사교육이 성행할 수 있다.
교과부가 “시험의 타당성과 적정성을 따져 입시 대체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유보한 것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충분한 검토 없이 “2013학년도 수능부터 국가영어시험으로 대체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실무적으로 많은 문제점이 있기 때문이다.
시험 횟수가 한정돼 ‘여러 차례 시험을 치러 부담을 줄이자’는 도입 취지가 퇴색할 수 있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현재 수능 응시생이 58만 명 이상인데 2, 3급의 경우 연간 10회, 각 5만 명씩 최대 50만 명이 응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돼 결국 수험생 한 명당 한 번밖에 시험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