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한 건물 철거 현장에서 백골 상태인 유해가 다량 발견됐다.
서울 혜화경찰서는 “지난달 28일 오후 2시경 종로구 연건동 구 한국국제협력단(KOICA) 건물의 철거 현장 지하에서 백골 상태의 유해 14구가 발견됐다”고 2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유해들은 KOICA 별관 옆 창고 터를 인부들이 굴착기로 파헤치던 과정에서 드러났다. 유해들이 있던 장소는 너비 1.7m, 깊이 5m의 토굴 형태 지하공간이었고 유해들은 밑바닥에 무더기로 뭉쳐져 있었다고 한다.
이 공간은 땅속으로 비스듬히 파고든 형태였고 벽면 곳곳이 불길에 그을려 있었지만 유해들에는 불에 탄 흔적이 없었다.
현재 경찰은 유해의 크기로 미루어 11구는 성인, 3구는 영아로 추정하고 있다. 유해 중 일부는 골반 뼈 형태를 감안할 때 여성인 것으로도 추정된다. 경찰은 또 1976년 2월에 건물을 증축한 적이 있어 그 이전에 유해가 묻힌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유해들에 대한 유전자(DNA) 감정 등을 의뢰해 놓은 상태지만 사망 시기와 정확한 신원을 파악하는 데는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유해들이 있던 지하공간에서는 단화나 작업화의 밑창일 것으로 추정되는 신발 밑창과 잉크병도 나왔다.
유해가 처음 발견됐을 때는 6·25전쟁 당시 사망한 군인의 유해일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군화와 군복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경찰과 국방부는 군인일 가능성을 다소 낮게 보고 있다.
또 이 장소가 방공호가 아니냐는 의견에 대해서도 국방부는 하중을 지탱할 구조물이 설치돼 있지 않아 방공호일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방부는 유해들이 발굴된 곳이 경성제국대 의학부가 있던 외곽이어서 일제강점기 때 해부용으로 부검 후 버려진 시신이거나 의학부에서 시신을 처리하던 구덩이일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본관과 별관 2동 등 모두 3개 동으로 이뤄져 있는 이 건물은 올해 5월 KOICA가 경기 성남시로 이전한 후 철거작업이 진행돼 왔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