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심 40m ‘잠수’… 관광 블루칩 ‘부상’

  • 입력 2008년 12월 23일 03시 07분


■ 제주 잠수함관광 20년

4척 바닷속 비경 안내… 제주 관광 핵심코스로

비싼 승선비-산호 군락 훼손 논란 여전히 숙제

군사용 무기로 쓰이는 잠수함이 국내에서 관광상품으로 등장한 지 올해로 20년을 맞았다.

잠수함 관광은 탑승객을 싣고 수심 30m가량 내려갔다가 그대로 부상하는 초창기 단순 운항에서 스쿠버다이버가 물고기를 모으는 등 다양한 이벤트를 펼치고 잠수함에서 휴대전화가 터지는 단계까지 진화를 거듭했다.

잠수함 관광이 처음 선보인 것은 1988년 12월. 대국해저관광㈜이 서귀포시 앞바다인 문섬 주변에 국내 관광잠수함 1호인 48인승 ‘마리아호’를 띄우면서 시작됐다. 당시 세계에서 괌, 사이판에 이어 세 번째, 아시아에서는 처음이었다.

잠수함 관광이 국내에 도입된 것은 대국해저관광 김용이(57) 회장의 공이 컸다. 사이판에서 잠수함 관광을 운영하는 재미교포와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했다.

김 회장은 “육상의 자연경관을 관람하는 관광패턴에 새로운 활기가 필요하다는 생각 끝에 관광잠수함 사업을 추진했다”며 “사업이 정상궤도에 오르기까지 험한 시련과 굴곡도 많았지만 지금은 제주관광 핵심코스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국내 첫 잠수함 관광을 위해 우선 해군 잠수함 운항 경력자를 대상으로 조종사 물색 작업이 이뤄졌다. 여러 명의 도전 끝에 해군 특수부대 출신인 김원장(48) 씨가 관광잠수함을 맡았다. 이어 어선 기관장으로 일하던 김광현(44) 씨가 조종사로 변신했다. 이들은 1988년 12월 22일부터 2007년 10월 17일까지 18년 9개월 26일 동안 ‘세계 최장 2만 시간 무사고 운항’을 기록해 최근 세계 기네스북에 올랐다.

2003년 67인승 ‘지아호’를 건조한 대국해저관광은 잠수함 관광 운영 노하우를 해외에 수출하기도 했다. 중국 하이난(海南) 성과 대만 남부의 잠수함 사업에 기술컨설팅을 하고 세계 관광잠수함업계에서는 최초로 국제표준기구(ISO) 품질인증인 ISO 9001을 획득했다.

잠수함 관광이 입장객을 끌어 모으면서 후속 업체도 생겨났다. 2000년 제주시 우도 주변 제주씨월드㈜의 용궁호, 2003년 서귀포시 송악산 주변 ㈜제주잠수함관광의 보이저호, 2007년 제주시 차귀도 주변 비너스레저관광㈜의 비너스호가 경쟁에 뛰어드는 등 현재 모두 4척이 제주의 해저 비경을 안내하고 있다.

잠수함 관광의 매력은 스쿠버다이빙 장비를 갖추지 않더라도 수심 깊이 들어가 수중 비경을 찬찬히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이다.

수심 10m에서는 모자반, 감태 등의 해조류를 감상할 수 있고 20m에서는 열대어종인 나비고기를 비롯해 제주특산 어종인 자리돔, 벵에돔, 돌돔의 자태와 유영을 볼 수 있다. 해저 30m로 내려가면 연산호 일종으로 분홍과 노란빛이 선명한 수지맨드라미가 운집한 장관이 펼쳐진다. 수심 40m 부근에 난파선을 집어넣어 탑승객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잠수함 관광이 제주에 새로운 관광아이템을 제공했지만 수중 연산호 군락 등 생태계 파괴논란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잠수함이 수중 절벽에 접근하거나 암반 등에 내려앉을 때마다 조종 미숙 등으로 연산호 군락지를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잠수함 체험과 수중 비경 감상에 따르는 성인 1인당 4만 원의 승선 비용이 너무 비싸다는 불평도 나온다. 물 속이 혼탁해 수중 비경이 보이지 않을 때면 불만은 더욱 높아진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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