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없어도 이렇게 없을 수가…”

  • 입력 2008년 12월 26일 02시 57분


불경기에 지갑 ‘꽁꽁’… 크리스마스 특수 실종

업소들 “손님 절반”… 케이크 매출만 10% 늘어

25일 오전 1시, 서울 광진구 모진동 건국대 입구에서 만난 택시운전사 정모(44) 씨는 “손님이 없어도 이렇게 없을 줄은 몰랐다”며 한숨부터 쉬었다.

이날 0시부터 오전 1시까지 정 씨가 벌어들인 돈은 지하철 군자역에서 건국대 입구까지 손님을 태우고 받은 2500원이 전부.

정 씨는 “크리스마스이브에 가장 사람이 많다는 강남 일대를 돌아다녀 봐도 손님보다 택시가 더 많다”며 “지하철이 끊길 시간인데도 웬만한 금요일보다 더 손님이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얼어붙은 경기로 인해 매년 ‘반짝 특수’였던 크리스마스 특수도 올해는 실종됐다.

25일 오전 2시 서울 종로구 종로2가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이모(49) 씨는 가게 문을 닫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 씨는 “지난해에는 80개 테이블이 오후 5시부터 다음 날 오전 2시까지 가득 찼고 손님들도 해뜰 무렵까지 계속 있었다”며 “하지만 올해는 오후 8시부터 테이블이 비기 시작하더니 지하철 막차 시간인 밤 12시 무렵이 되자 대부분의 테이블이 비었다”고 말했다.

이 씨의 가게 인근에서 꽃을 팔고 있던 한 노점상은 “오늘 하루 종일 2만5000원짜리 꽃다발 세 개를 판 것이 매출의 전부”라며 “원래 크리스마스에는 젊은 층이 돈을 많이 쓰는데 올해는 아예 지갑을 닫아버린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시민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던 서울 서대문구 신촌 일대 역시 사정은 비슷했다.

신촌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박찬우(56) 씨는 “경기가 어렵다는 말에 정말 사람들이 허리띠를 세 칸, 네 칸 졸라매는 것 같다”며 “크리스마스이브에 테이블 평균 매출이 지난해 4만7000원에서 올해 2만7000원 정도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24시간 운영하는 신촌의 K카페는 매년 크리스마스이브에 젊은 연인들로 가득 찼지만 올해는 예외다.

카페 관계자는 “지난해에 비해 손님이 반으로 줄었다”며 “인건비라도 아끼려고 24시간 영업을 포기하고 오전 7시에 문을 닫아 오전 10시에 다시 열었다”고 말했다.

그나마 크리스마스 특수를 체감하는 곳은 제과업계 정도.

경기 침체로 외식을 줄이고 집에서 가족들과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등 주요 제과업체는 지난해보다 매출이 10% 이상 늘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외식을 자제하고 집에서 케이크로 크리스마스 기분을 느끼려는 사람이 늘면서 매출이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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