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선생님이 앞장서 ‘학습 부진 학교’를 ‘우수 학교’로

  • 입력 2008년 12월 26일 02시 57분


■ 서울 후암초등교 화제

전교조 교사들 전원 탈퇴… 변화 동참

공책 쓰는법 바꾸고 독서 지도 강화 ‘교육 개혁’

교과부진 3분의 1로 감소… 교육감 표창 받아

일부 교원단체의 학업성취도평가 거부 유도 등이 논란이 되는 가운데 학습 부진 학생 교육 프로그램 개발로 학력을 끌어올린 초등학교가 있어 화제다.

서울 남대문시장과 서울역을 인근에 두고 있는 서울 후암초등학교는 대표적인 ‘학력 부진 학교’ 중 한 곳이었다.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의 학생이 전교생 900여 명 중 200여 명이나 되고 읽기와 쓰기, 단순 계산을 하지 못하는 기초학력 부진 학생이 40여 명이나 됐다.

그러나 이 학교 최화순(56·여) 교장이 부임한 지 2년 만에 ‘학력 신장 우수 학교’로 선정돼 10일 서울시교육감 표창을 받았다. 기초학력 부진 학생은 거의 사라졌고, 교과목별 부진 학생도 209명에서 64명으로 줄었다.

비결은 자체 제작한 공책이었다. 지난해부터 학년별 수준에 맞춰 자체 제작한 공책을 학생들에게 나눠주면서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최 교장은 “공책 쓰기 지도가 중요한데 공립학교에선 이를 소홀히 한다”며 “공책 쓰기는 공부하는 방법과 과정을 그대로 드러내 학생이 스스로 점검하고 반성해 혼자 공부하는 습관을 기르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최 교장은 또 학생들이 ‘책 많이 읽기 경쟁’을 하도록 4월부터는 학교도서관에서 책을 빌릴 때마다 날짜와 책 제목을 기록해주는 ‘독서통장’을 만들어 나눠줬다.

효과는 만점이었다. 지난해 3∼10월 402권이던 학교 도서관 대출 도서는 올해 같은 기간 1만5452권으로 38배나 늘었다.

학생들의 도서 대출이 늘어나자 학교도 분기마다 새 책 300권을 구입하고, 학년별로 권장도서 목록을 만들어 학생들의 책 선택을 도왔다.

교사들은 “교장선생님이 자기 업무 추진비를 주면서 ‘배우고 싶은 전문가가 있으면 저녁이라도 사주면서 배워오라’고 말하는데 안 움직일 교사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최 교장이 처음 부임했을 때 해직교사 출신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 교사가 꼬투리를 잡으며 시비를 걸기도 했다.

그러나 최 교장의 헌신적인 노력을 지켜 본 전교조 교사들은 “최 교장은 오히려 우리가 배워야 할 분”이라면서 하나 둘씩 전교조에서 나오기 시작해 올여름까지 탈퇴한 교사가 11명이나 됐다. 8월 해직교사 출신 교사가 명예퇴직하면서 이 학교는 전교조 교사가 한 명도 없게 됐다.

한 교사는 “전교조를 차별하는 교장들도 있는데 우리 교장은 아이들을 위한 일에만 신경을 쓰도록 배려했다”면서 “교내 메신저로 ‘교장선생님 존경하고 사랑합니다’라고 보내는 전교조 교사도 많았다”고 전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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