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반 고흐에게 세상은 감옥이었다. 사람들은 그를 ‘패배자’라고 불렀다. 그의 곁엔 마음을 터놓고 대화를 나눌 만한 상대도 거의 없었다. 그때 그는 죽은 밀레를 스승으로 삼아 영감을 얻으며 자신만의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창조했다.
오늘날 그는 세계 예술사에서 ‘승리자’로 통한다. 그의 작품이 가장 위대해서가 아니다. 모든 사람이 사랑하는 그림을 그렸기 때문이다. 모방을 통해 창조의 세계를 추구한 그는 불나비처럼 치열한 삶을 살았다. 그의 인생을 논술과 관련해 생각해 보자.
「(가) 빈센트는 1880년 27세가 돼서야 그림을 독학하기 시작했다. 유화를 처음 그린 1881년 이후 그는 자신의 독학에 문제가 있음을 알고 1890년 죽을 때까지 끝없는 시행착오에 빠져들었다.
나는 빈센트가 평생 독학을 했기 때문에 참된 독창성을 확보했다고 믿는다. 마치 빈센트가 테오와 떨어져 항상 혼자서 자기 그림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편지로 전했기에 더욱 감동을 주는 것처럼, 빈센트가 이미 죽은 밀레를 스승으로 삼아 그리워하며 그의 그림을 혼자서 해석하려고 끝없이 노력했기에 참된 독창성을 확보했다고 믿기 때문이다. (31쪽)
(나)<그림 빈센트 반 고흐의 ‘구두’> (143쪽)」
그의 위대함-독창성의 원천은 어디에?
(가)는 빈센트의 ‘독창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밀레의 그림을 모방하면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그를 통해 자신만의 예술성을 창조할 수 있었다. (나)는 빈센트가 밀레의 ‘나막신’을 모방해 그린 ‘구두’란 작품이다.
이제 위의 내용을 바탕으로 스스로 논제를 만들고 답안까지 작성해 보자.
① ‘(가)를 바탕으로 예술의 세계에서 스승과 제자의 참된 관계를 밝히시오’를 만들어 보자.
빈센트는 밀레라는 스승을 마음속에 두고 모방을 통해 자신만의 예술을 창조해 냈다. 밀레의 예술적 본질을 끝없이 탐구하면서 스승을 뛰어넘는 독특한 작품세계를 만들어 낸 것이다. 그는 제자가 스승을 넘어서려는 치열한 노력을 했을 때 참된 독창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교훈을 준다. 이들이야말로 이상적 사제관계의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② ‘(나)에 제시된 작품은 빈센트가 밀레의 그림을 모방해 그린 것이다. 이 작품에 드러난 그만의 독창성을 찾아 쓰시오’를 만들어 보자.
밀레의 ‘나막신’은 그가 생존했을 당시의 농부와 농민생활의 시(詩)를 상징한다. 하지만 빈센트의 ‘구두’는 당시의 도시 노동자들을 의미한다. 이 작품은 기존의 작품을 창조적으로 모방한 사례다.
굽이 닳고 가죽이 너덜너덜해진 낡은 구두는 노동자의 고단한 삶을 여실히 보여준다. 또한 구두는 당시의 침침한 공장과 거대한 기계의 표상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 작품을 통해 노동자의 건강한 걸음, 뜨거운 땀, 처절한 고독을 느낄 수 있다. 빈센트의 ‘구두’는 단순 모방이 아닌 미적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새로운 창조물이다.
그는 보통 사람을 주제로 보통 사람들을 위한 그림을 그렸다. 또한 자신의 고뇌를 예술로 승화시켜 작품을 통해 ‘인간 승리’를 보여줬다. 오늘날 그의 작품이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도희 송탄여고 국어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