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공판서 세종측 돈 29억 받은 혐의 인정
농협이 세종증권을 인수하도록 돕는 대가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 씨와 함께 거액을 받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로 구속 기소된 정화삼 정광용 씨 형제가 29일 첫 공판에서 혐의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규진) 심리로 열린 이날 공판에서 정 씨 형제의 변호인은 “홍기옥 세종캐피탈 사장에게서 29억6300만 원을 받은 사실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변호인은 다만 “정화삼 씨의 경우 2005년 말 두 차례 노건평 씨에게 (청탁) 전화를 한 것은 맞지만, 통장과 돈은 동생 정광용 씨가 받았고 본인이 취득한 이득은 없다”고 주장했다. 동생 정광용 씨는 “변호인의 얘기가 모두 맞다”며 형 정화삼 씨를 감싸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정화삼 씨는 홍 사장에게서 받은 돈을 경남 김해의 상가 구입 등으로 은닉한 혐의 부분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충분히 소명했다”며 부인했다.
재판부는 정 씨 형제에게 공범 관계인 노건평 씨와 함께 재판을 받는 게 어떻겠느냐고 물었다. 이에 노 전 대통령과 고교 동기인 정화삼 씨는 “인간적으로 노건평 형님을 법정에서 마주 보는 것에 대해서는 마음에 부담이 있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검찰 조사에서 정광용 씨가 로비 경비로 사용된 6억 원을 제외한 나머지 23억 원이 모두 ‘노 씨 몫’이라고 진술했던 점을 감안하면 정 씨 형제는 앞으로의 재판에서 노 씨와 실제 각자의 몫이 얼마였는지를 놓고 논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다.
재판부는 “사건을 따로 진행하더라도 노 씨와 정 씨 형제는 증인으로 법정에서 만날 수밖에 없다. 재판을 효율적으로 진행하려면 사건 병합이 필요하다”며 노 씨의 의견을 들은 뒤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및 횡령,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노 씨는 같은 재판부의 심리로 30일 오후 2시 첫 공판이 열린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