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우리학교 공부스타/김민규 군, 전교 등수 100등↑

  • 입력 2008년 12월 30일 03시 02분


발견! 자기주도적 학습법… 건성으로 다니던 학원 굿바이∼

《공부를 제대로 하려고 다니던 학원을 끊었다? 언뜻 들으면 잘 이해가 되지 않는 얘기지만, 이 말처럼 김민규(대구 구암중 2학년·사진) 군의 경험을 적절히 설명해 주는 말도 없다. 학원을 관성처럼 ‘다니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공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김 군은 다니던 학원을 겁 없이 끊고도 ‘1등’이라는 꿈을 이룰 수 있었다. 인터넷 강의를 활용한 자기주도적 학습을 통해 1년 만에 전교 등수를 100등 넘게 끌어 올린 공부스타 김 군의 공부법을 소개한다.》




○ 공부에 흥미도 열정도 없던 시절

중학교 1학년 때까지 김 군의 공부 스타일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혼나지 않을 만큼만 공부한다’였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저녁 때 학원에 가기 전까지 김 군이 하는 공부라고는 학교와 학원에서 내준 숙제가 전부였다.

나머지 시간은 컴퓨터 게임을 하거나 TV를 보느라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르게 하루가 지나갔다. 컴퓨터 게임과 TV 때문에 항상 잠이 모자라 학교에 가면 아침부터 졸기 일쑤였다. 수업 시간에 멍하니 딴생각을 하느라 노트 필기는 점점 부실해져만 갔다. 어떤 날은 노트 필기가 단원째로 구멍이 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김 군에겐 수업결손을 메워야 한다는 생각도 의지도 없었다. 친구 노트를 빌려 부실한 필기를 메울 생각도, 모르는 문제가 나와도 선생님께 질문할 생각도 못했다. 김 군은 “숙제는 어쨌든 꼬박꼬박 내고 있어서 크게 혼날 일이 없었기 때문인지 ‘더 잘해야겠다’는 의욕이 없었다”고 말했다.

시험이 코앞에 닥쳐도 부실한 노트를 한 번 훑어보는 것이 전부였다. 당연히 성적은 중위권을 탈출할 기미가 없었다. 김 군은 성적표를 받아도 ‘실력대로 나왔나 보다’ 혹은 ‘공부 안 한 과목 점수 안 나오는 게 당연하지 뭐’라고 생각하며 대충 넘어가곤 했다.

○ 중1 겨울방학을 전환점으로 삼다

공부의욕 상실증에 빠져있던 김 군에게 중1 겨울방학은 몸에 밴 공부습관을 뜯어 고칠 수 있는 전환점이었다. 김 군은 “지금까지 부러워한 적이 없었던 상위권 친구들을 보면서 문득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한다.

공부습관 개조를 위한 첫 번째 조치로 지금까지 건성으로 다녔던 학원들을 영어 학원만 남겨놓고 모조리 끊었다. 줄어든 공부시간은 인터넷 강의로 보충하기로 했다. 예전에도 인터넷 강의를 듣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강의를 듣는 태도가 완전히 바뀌었다.

강사의 말을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고 한 시간 길이의 인터넷 강의를 일시정지 버튼을 20∼30번씩 눌러가며 꼼꼼히 노트에 정리했다(사진 참조). 강사가 말로만 언급하고 칠판에 정리하지 않는 내용까지 정리할 수 있었다. 중요한 내용은 색깔 펜으로 쉽게 알아볼 수 있게 표시했다. 강의 노트가 쌓여가면서 웬만한 암기 과목은 인터넷 강의를 정리한 노트만 읽었는데도 시험 문제의 답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런 방법으로 평일에는 2, 3시간, 주말에는 4, 5시간 씩 인터넷 강의를 들었다. 공부에 한번 맛이 들자 누가 뭐라 하지 않았는데도 컴퓨터 게임을 완전히 끊고 TV 보는 시간도 줄일 수 있었다. 밀도 있게 공부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반 석차와 전교 석차가 수직으로 상승했다. 1학년 때 70, 80점대를 맴돌았던 전 과목 평균도 2학년 들면서 90점대 중후반대로 올라섰다.

○“교대생 누나와 상위권 친구의 도움 컸죠”

고질적인 취약 과목이었던 수학은 교육대에 다니는 작은 누나의 개인교습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일주일에 두세 번씩 누나와 함께 취약 단원의 문제를 풀고 자주 틀리는 문제들을 점검하자 수학에 대한 자신감이 부쩍 늘었다. 김 군은 “친 누나라 그런지 선생님보다 거리감도 없고 수시로 묻고 확인할 수 있어서 좋은 점이 많다”고 말했다.

상위권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험 준비도 도움이 됐다. 상위권 친구들이 ‘시험에 나올 것 같다’고 하는 부분은 한 번 더 살펴보고 모르는 문제를 푸는 방법을 배웠다. 김 군은 “나만 빼고 모두 1등 하는 친구들이라 처음엔 이것저것 묻는 것이 자존심 상했지만 이제 와서 생각하면 ‘얘들 못지않게 잘해 봐야겠다’”는 공부 욕심을 키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달라진 김 군의 모습에 가족들도 지원에 나섰다. 작은 소음도 공부에 방해가 될세라 김 군의 어머니는 김 군이 공부를 시작하면 세탁기와 밥솥의 작동을 멈춘다. 거실에서 TV를 보던 김 군의 아버지도 안방으로 자리를 옮긴다. 김 군은 “가족의 배려를 느낄 때마다 ‘지금보다 더 잘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고 말한다.

3학년 진급을 앞둔 김 군은 이번 겨울방학을 또 다른 도약의 발판으로 삼을 작정이다. 자립형 사립고나 외국어고 입시에 대비해서 중학 영문법도 총정리하고, 중국어도 새로 배워볼 계획이다. 내년 봄 응시를 목표로 한국사능력자격시험 공부도 시작한다.

“한국사나 동양사학자가 되는 것이 꿈이거든요. 겨울 방학을 이용해 제 적성에 맞는지 한번 탐색해 보려고요.”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