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네이처에 철회 요청한 논문 일부조작”

  • 입력 2008년 12월 31일 03시 03분


7년 넘게 재현실험 실패… 사진 의도적 중복 게재

획기적인 당뇨병 치료법을 개발해 세계적 과학잡지인 ‘네이처’에 연구논문을 실었던 국내 대학 연구팀이 논문 내용이 재현되지 않아 논문 철회를 요청한 가운데 연구팀 소속 대학은 30일 논문 내용이 일부 조작됐다고 결론지었다.

연세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이날 △논문에 기술된 핵심적인 유전자 치료제가 완전한 형태로 존재했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고 △7년 이상의 재현실험이 성공하지 못했고 △논문에 사용된 사진이 의도적으로 중복 게재됐다는 등의 이유로 논문이 일부 조작됐다고 발표했다.

▶본보 8월 21일자 A13면 참조

‘네이처’ 게재 국내연구진 논문, 8년만의 취소 왜?

위원회 관계자는 “논문 조작에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K 연구원과 논문의 책임저자였던 L 교수 등에 대해 네이처와 교육과학기술부의 두뇌한국(BK)21사업 등 관련 기관에 조사 결과를 통보했고 L 교수에 대해서는 교원인사위원회에 징계 처리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네이처는 지금까지 논문 철회 결정을 유보하고 있었지만 연세대의 이번 결정으로 논문 철회 시기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캐나다에 거주 중인 K 연구원은 본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이 논문은 당시 실험 결과를 성실히 보고한 것으로 조작은 없었다”면서 “다시 과학적으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반박해 여전히 논문 조작 논란의 불씨를 남기고 있다.

한편 L 교수는 “8년 동안 논문 재현을 위해 애썼지만 실패한 것이 사실”이라며 “지금이라도 K 연구원이 귀국한다면 함께 재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논문의 주요 내용은 소아당뇨병의 치료에서 인슐린과 유사한 물질을 생산하는 유전자와 몸속의 혈당을 감지하는 유전자를 만들어 혈당을 조절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으로 해당 논문에 실린 저자는 총 5명이다.

이 논문은 2000년 11월 네이처 표지논문으로 게재됐고 L 교수는 정부, 제약회사 등에서 주는 각종 상을 받았다. 그러나 올해 3월 L 교수의 연구실에 채용됐다가 해고된 연구원이 논문에 보고된 효과가 나오지 않자 올해 4월 조작 의혹을 제기했고, 연세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8개월 동안 조사를 벌여왔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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