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2008 엽기 사기 - 황당 사건 5건씩 선정

다섯살 난 딸 시켜 은행털이

시의원 ‘짝퉁가방’ 뇌물 돌려

“효리닮은 여자 소개” 돈 뜯어

올 한해에도 검찰에는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있을 법한 황당한 사건이나 사기 사건들이 적지 않았다. 대검찰청은 30일 올해 전국 일선 검찰청이 수사한 사건 중에서 황당한 사건 5건과 어처구니없는 사기 사건 5건을 각각 골라 검찰 블로그(blog.naver.com/spogood)에 발표했다.

▽황당 사건=인터넷 동호회에서 만난 최모 씨 등은 영화출연을 미끼로 19∼22세 여성 5명을 꾀어 미리 빌려둔 스튜디오에서 ‘상궁에게서 회초리 맞는 무수리 연기’라며 여성들의 종아리를 50∼70대씩 때렸다.

여성들은 촬영 중에 소리를 지르거나 포기하면 계약금(20만 원)의 3배를 물어야 한다는 약정서를 썼고 회초리를 맞는 동안 “잘못했습니다, 마마님”이라는 대사를 반복해야 했다. 서울남부지검은 최 씨 등이 이 같은 행위로 성적 만족을 얻었다고 밝혔다.

춘천지검 원주지청은 10월 중순 이른바 ‘목숨을 건 내기 장기’를 두다 “허벅지에 마비 증상이 있다”고 말한 상대방의 오른쪽 허벅지를 칼로 여러 차례 찌른 무속인 A 씨를 기소했다. A 씨는 상대방이 “한 수만 물러 달라”고 하자 왼쪽 허벅지를 다시 찔렀다고 한다.

인천지검 부천지청은 택시비를 받기로 하고 술 마신 운전자의 승용차 앞에서 택시를 몰며 음주운전자의 집까지 인도한 개인택시 운전사를 음주운전 방조죄로 기소했다. 이 택시 운전사는 돈을 못 받게 되자 경찰에 신고했으나 함께 처벌됐다.

부산시의회 천모 의원이 의장단 선거를 앞두고 동료 의원 22명에게 돌린 명품 가방과 지갑이 이른바 ‘짝퉁’으로 밝혀진 일이 있었다. 천 의원은 검찰 수사를 받게 되자 “진품이 아닌 모조품으로 가격이 얼마 되지 않는다”며 선처를 호소하다가 ‘짝퉁’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10월 경기 안양에서는 중국인 불법체류 여성이 다리가 하나밖에 없고 내장이 몸 밖으로 튀어나온 장애아를 낳은 뒤 병원비 등을 감당하지 못해 도망한 일이 있었다. 부부는 아기의 양육을 거부하다가 담당 검사의 설득으로 마음을 바꿨다.

▽‘사기 요지경’=B(여) 씨는 “가수 이효리를 닮은 친구를 소개해 주겠다”며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C 씨에게서 124차례에 걸쳐 5000여만 원을 받아썼다. B 씨는 같은 수법으로 모두 5명의 남자로부터 150차례에 걸쳐 1억여 원을 뜯어냈다가 한 피해자의 신고로 광주지검 순천지청에 붙잡혔다.

제주지검은 3월경 제주시내 은행에 들어가 다섯 살 난 딸을 시켜 은행의 VIP상담실에 있는 철제금고에서 100만 원권 수표 100장과 50만 원권 수표 83장, 재래시장 상품권 등 1억4000만 원어치를 훔쳐 낸 강모(여) 씨를 기소했다.

울산지검은 내연녀에게 “로또복권 1등에 당첨됐는데, 10억 원을 받게 되면 몇 배로 갚아주겠다”며 신용카드 4장을 받아 1500만 원을 쓴 남성을 기소했다. 청주지검 영동지청이 구속기소한 D 씨는 255회차 로또 1등 번호를 256회차 로또복권에 적은 뒤 동네 사람들에게 “1등에 당첨됐다”고 거짓말을 해 1200만 원을 빌려 썼다.

광주지검은 60여 개 하청업체 등을 동원해 10여 개 금융기관을 상대로 840억 원대의 어음사기를 저지른 건설업체 사장 박모 씨를 붙잡았다. 박 씨는 금융기관 전문 브로커를 시켜 거짓 하도급거래를 꾸민 뒤 받아낸 어음으로 ‘어음깡’을 일삼았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