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불안 직장인들 자격증 - 경영관련 학과 몰려
이화여대와 연세대 대학원을 거쳐 5년째 외국계 기업에 다니고 있는 김모(33·여) 씨는 최근 한 사이버대의 경영학부에 입학원서를 냈다.
영어 실력과 기획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성공적으로 회사도 옮겼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영국 본사에서 인력 감축 얘기가 나오면서 전문성이 없으면 정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며 “자산 운용에 대한 전문지식을 쌓고 가능한 자격증에 모두 도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경기 침체와 구조조정 한파 속에서 직장에 계속 다니면서 이른바 스펙(취업을 위해 필요한 학점, 학력, 영어 실력 등 각종 자격을 아우르는 신조어로, specification의 약자다)을 높이려는 사이버대 지원자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직장 내 생존을 위해 경제 관련 학과나 자격증을 주는 학과에 지원하는 젊은 직장인이 급증하는 추세다.
▽직장인 행렬 이어져=사이버대는 대개 12월에 1차로 신입생을 모집한 뒤 1월 이후 두세 차례 추가 모집을 한다.
최근 1차 모집을 마친 사이버대들의 공통적인 현상은 지원자의 학력은 높아지고 연령은 낮아졌다는 것.
예년에는 주부나 퇴직자 등이 사이버대를 많이 찾았지만 올해는 20, 30대 직장인들이 스펙을 높이기 위해 지원하는 경우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올해 1차 모집에서 3559명 모집에 5908명이 몰린 한양사이버대의 경우 4년제 대학 졸업자가 지난해에는 64명만 지원한 반면 올해는 338명이나 지원했다. 지원자 중에는 서울대 등 이른바 명문대 졸업자와 변리사 등 전문직 지원자가 적지 않았다.
한양사이버대 관계자는 “경기 불황의 여파로 고학력, 전문직 종사자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경희사이버대도 지난해보다 지원자가 1146명(34%)이나 늘었으며 지원자 가운데 78%는 직장인이었다.
경제난 때문에 일반대에 비해 학비가 싼 사이버대에 진학하려는 고교생도 늘었다.
경희사이버대는 고교 졸업예정자가 지난해에는 1, 2, 3차 모집을 통틀어 13명만 지원했으나 올해는 1차 모집에서만 59명이 지원했다.
22일 1차 접수를 마감한 한국디지털대도 지난해보다 접수 기간이 일주일 이상 짧았지만 지원자는 10% 이상 늘었다. 20, 30대가 전체 지원자의 80%를 차지했다.
서울사이버대는 1차 모집 지원자가 지난해 3625명에서 올해 4439명으로 18.3% 증가했다. 전체 지원자 가운데 20대(34.74%)와 30대(34.85%)가 3분의 2를 넘었다.
강인 서울사이버대 입학처장은 “고용시장 불안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편으로 제2의 전공을 만들려는 직장인이 부쩍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취업·자격증 학과로 집중=사이버대는 일반대와 달리 실리적인 지원자가 많다 보니 자격증 관련 학과가 전통적으로 인기가 많다.
여기에 올해는 일반 직장인들이 경제와 경영 관련 학과에 몰리는 추세가 두드러졌다.
경희사이버대의 경우 직장인 선호도가 높은 자산관리학과와 세무회계학과가 속한 경영학부의 편입 경쟁률이 3 대 1을 넘었다.
한양사이버대도 29명을 뽑는 경영학부 편입에 405명이 몰렸고 대부분이 직장인이었다.
직장인이 곧바로 실무에 활용할 수 있는 학과의 인기도 높아졌다.
한양사이버대는 컴퓨터공학과와 디지털디자인학과의 경쟁률이 가장 높았고, 한국디지털대 세무회계학과에는 지원자의 90% 이상이 직장인이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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