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이 세종증권을 인수하도록 돕는 대가로 고향 후배인 정화삼 정광용 형제와 함께 30억 원을 받은 혐의(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으로 구속 기소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 씨가 1심 첫 공판에서 “청탁의 대가로 3억 원만 받았다”며 혐의를 일부만 시인했다.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규진)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노 씨의 변호인은 “정대근 전 농협중앙회장에게 세종증권 인수를 부탁하고 그 대가로 정광용 씨로부터 3억 원을 받은 것은 인정하지만 정 씨 형제와 공모한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변호인은 “정광용 씨가 홍기옥 세종캐피탈 사장을 노 씨에게 소개하고 정화삼 씨는 노 씨에게 전화해 부탁한 것을 공모로 볼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며 공모 혐의를 부인했다.
홍 사장이 로비 대가로 노 씨와 정 씨 형제에게 건넨 29억6300만 원에 대해서는 “홍 사장이 정 씨 형제에게 23억 원을 건넨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 씨 형제와 다른 주장을 폈다.
노 씨가 운영한 정원토건의 자금 15억 원을 빼돌린 혐의(횡령)에는 “회사 돈으로 차명 주식 및 부동산을 산 것은 인정하지만 사적인 용도가 아니었기 때문에 횡령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하늘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들어선 노 씨는 비교적 건강한 모습으로 입을 굳게 다문 채 재판에 임했다.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올라온 노 씨의 지인들이 이날 공판을 지켜봤으며 노 씨는 재판이 끝난 뒤 이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기도 했다.
29일 공판에서 정화삼 씨는 “법정에서 노건평 형님을 마주보는 것에 부담이 있다”며 노 씨와 따로 재판을 받게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이날 공판에서 재판부는 “노 씨와 정 씨 형제가 공범 관계에 있으므로 재판의 효율적 진행을 위해 두 재판을 병합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다음 공판은 내년 1월 19일 오전 10시.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