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핵심 주역인 주요 그룹의 총수들과 경제단체장들은 지난해 12월 31일 신년사에서 “2009년 한 해는 과거 어느 해보다 어려운 시련의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패기와 열정으로 위기에 당당히 맞서 싸우는 것이 진정한 기업가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한 위기도 활용하기에 따라서는 미래를 위한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공통된 인식을 보였다.
○ 그룹 총수들, “두려움 떨쳐내고 당당하게 위기에 맞서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패기와 열정이 있기 때문에 위기를 마주하고 있어도 두렵지 않다”며 “후회 없는 도약과 성장을 향한 최선의 기회를 만들어 가기 위해선 속도와 유연성, 실행력을 끊임없이 높여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은 “예측이 불가능할 정도로 변화가 심한 시기일수록 현장은 빠른 속도로 바뀐다”며 “새로운 돌파구를 현장에서 직접 마련한다는 각오로 현장으로 달려가자”고 주문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올해 경영 방침을 ‘안정 및 성장기반 정착’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최선과 최악의 시나리오를 갖고 분명한 목표를 설정해 위기를 극복하고 수요 감축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마케팅·영업 활동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체감 경기는 조기에 회복되기 어렵고, 항공업계에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국내외 경영 환경 변화에 능동적이고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전사적인 위기관리 역량을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2009년은 유례없는 세계 경제 침체로 가장 고통스러운 한 해가 될 것”이라며 “그러나 격랑의 위기에 맞서 미래에 도전하는 자와 현실에 안주하는 자의 운명은 극명하게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은 “한발 앞선 선제적 구조조정을 통해 2010년 이후를 준비하겠다”고 말했고, 강덕수 STX그룹 회장은 창업기의 도전 정신을 언급하며 “적극적인 해외시장 개척으로 수주 38조 원, 매출 30조 원, 세전 이익 1조 원을 달성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영대 대성 회장은 “대성의 62년 경영 역량을 바탕으로 모두가 힘을 합쳐 위기를 기회로 삼자”고 말했고, 이승한 홈플러스그룹 회장은 직원들에게 매달 책 한 권씩 읽기, e메일 즉시 회신하기 등 6대 ‘홈플러스 희망습관’을 제시했다. 구학서 신세계 부회장도 “과거 외환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킨 경험과 자신감을 가지고 글로벌 초일류 유통기업으로 한 걸음 다가가는 한 해를 만들자”고 말했다.
○ 경제 5단체장 “노사(勞使) 정부 모두의 힘 모으자”
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경제가 어려울수록 기업은 국민의 믿음직한 버팀목이 돼야 하고, 특히 대기업은 우리 경제를 살리는 데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경쟁자들의 투자가 위축된 지금은 투자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호기(好期)”라고 말했다.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올해는 정부와 기업, 근로자 등 모든 경제 주체가 혼연일체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힘을 모으는 한 해가 돼야 한다”며 “특히 근로자는 양보와 타협을 통해 위기 극복에 동참하고 협력과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희범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무역업계가 과감한 투자와 공격적인 해외 마케팅을 통해 새로운 도약의 길을 개척해야 한다”며 “한국이 세계 13위의 경제 대국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견인차 역할을 해온 무역업계의 저력을 다시 한 번 발휘하자”고 말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새해에는 중소기업들이 자금과 판로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가 시중은행에 쏟아 넣는 막대한 자금이 중소기업 현장에 스며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수영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고용 대란이 우려되는 상황인 만큼 노사가 합심해 임금 안정과 일자리 나누기 등을 통해 스스로 일자리를 지켜내야 한다”고 말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