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위-영양별 ‘맞춤 한우’ 개발중
“품질 워낙 좋아 수입산 안두렵다”
“한우는 워낙 좋은 소입니다. 맛이 확실히 다르죠. 쇠고기 시장 개방으로 한우 농가들이 한동안 어려움을 겪겠지만 한우 특유의 우직함으로 잘 이겨낼 수 있을 겁니다. 우리도 더 좋은 품종의 한우를 개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세밑 한파가 몰아친 지난해 12월 31일 경기 수원시 권선구 농촌진흥청 산하 국립축산과학원의 우량 한우 축사. 소들의 귀에 붙어 있는 인식표를 하나하나 확인하면서 건초를 던져주던 백봉현(56) 연구관이 이렇게 말했다. 그의 목소리엔 30년 한우 연구 전문가로서의 자신감이 가득했다.
국립축산과학원 연구원들의 다짐도 각별하다. 더욱 활발한 연구를 통해 한우의 가격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각오다.
이에 대해 백 연구관은 “자신 있다”고 단언한다. 그의 자신감의 핵심은 우리 한우가 선천적으로 좋은 조건을 갖춘 품종이라는 사실이다.
그래도 더 좋은 품질을 향한 국립축산과학원의 발걸음은 그치지 않고 있다. 2006년부터 ‘육질이 좋은 한우(IMF형·Intramuscular Fat)’와 ‘육량이 좋은 한우(GR형·Growth)’를 구별해 품종을 개량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현재 강원 평창군 대관령에 있는 축산과학원 시험장에선 IMF형과 GR형에 적합한 우량 한우가 100마리씩 사육되고 있다.
이는 15년 정도 앞을 내다보고 소비자들의 다양한 입맛을 충족시킬 수 있는 한우를 개발하기 위한 것이다. 백 연구관은 “단백질 함유량이 높은 A품종 한우, 지방이 많은 B품종의 한우, 안심 맛이 좋은 C품종의 한우, 차돌박이 맛이 뛰어난 D품종의 한우 등을 개발해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축산과학원은 또 최근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들어 복원 및 개량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전통 칡소와 제주 흑우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연구에 매진할 계획이다.
축산과학원 양병철 연구사는 “제주 흑우의 고기는 조선시대 때 왕에게 진상했을 만큼 육질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개체수가 적은 동물자원의 확보뿐만 아니라 시장성 면에서도 개량 연구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말했다.
축산과학원은 또 사료값 상승을 이겨낼 수 있도록 풀을 이용한 한우 사육법도 농민들에게 전파할 방침이다.
백 연구관은 “2009년은 소의 해이지만 수입 쇠고기가 엄청나게 밀려와 한우 농가들의 시름은 깊어질 것 같다”며 “하지만 이를 계기로 우리 민족의 한우를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으로 생각하는 ‘한우 사랑의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수원=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우유생산-육질 좋은 혈통 엄선
암소 10만마리 수정 ‘농가 보배’
소의 해인 2009년을 희망의 해로 만들기 위해 연초부터 구슬땀을 흘리는 소들이 있다.
더 많은 우유와 함께 더 좋은 육질로 축산농가에 보답할 우수품종을 만들어 내려는 씨수소들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해 12월 31일 오후 경기 고양시 덕양구 원당동 농협 젖소개량사업소에서는 무게 1200kg인 한국형 젖소 베타비아가 암소 1000마리에게 수정시킬 분량의 정액을 뽑아내고 있었다.
한국형 씨젖소는 한국 기후에 잘 적응하고 우유 생산량이 더 많아지도록 개량된 점이 특징이다. 씨젖소는 수년간에 걸쳐 생산량 많은 젖소들의 혈통 조사로 선발되고 암소 10만 마리를 수정시킬 분량의 정액을 생산해 내기 때문에 마리당 가치가 4억∼5억 원이라고 한다.
사업소의 공식 씨젖소는 18마리로 각각 33m²의 독방을 사용하며 같은 크기의 운동장도 각각 사용한다. 부상 우려 때문에 야외 활동은 일절 금지다. 아침저녁으로 건초 13kg과 곡물사료 3kg을 먹는데 이는 보통 젖소가 공급받는 양의 두 배 수준이다. 이들을 전담하는 수의사가 배치돼 있고 연 2회 종합건강검진도 받는다.
조소연 사업소장은 “젖소 세계에서는 호텔에서 생활하는 셈인데 우유 생산을 늘려 낙농가 수입을 높여주기 때문에 그만한 대접을 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융숭한 대접을 받기까지는 치열한 경쟁을 거쳐야 한다. 공식 씨젖소로 인정받기 전까지 후보우 자격으로 생활하는데 80마리 중 10%만 선발되고 탈락되면 곧바로 고기소로 전락한다.
우수한 씨젖소들만을 계속 선발해 종자를 공급한 덕분에 한국의 낙농수준은 젖소 한 마리가 연간 평균 9556kg의 우유를 생산하는 세계 4위 수준으로 올라섰다. 수입 쇠고기로 걱정 많은 한우농가에 힘을 불어넣어 줄 한우 씨수소도 2009년의 기대주다.
농촌진흥청은 2003년 전국에서 태어난 송아지 중 우수한 수소 400마리를 가려낸 뒤 5년간 3개월마다 체중과 외모, 질병 유무, 정액 심사를 거쳐 2008년도 ‘한우 보증씨수소’ 12마리를 31일 선발했다.
농진청은 이 씨수소로 얻을 수 있는 경제 효과는 1000억 원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이들 소의 후손들은 도축할 때를 기준으로 체중이 현재 소들보다 평균 4kg 이상 무거워지고, 등심에 지방이 박힌 정도인 근내지방도가 높아져 고기 맛이 좋아진다. 또 등심 단면적은 2.8cm² 정도 늘어나 후손들은 지금보다 마리당 33만여 원의 값어치가 더 나간다.
이들 씨수소가 앞으로 2∼3년간 전국 축산농가에 공급한 정액으로 태어날 송아지는 26만∼39만 마리이므로 경제 효과는 900억∼1300억 원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우 씨수소는 국가 소유로 개발에 들인 비용을 고려하면 마리당 가치는 10억 원 정도에 이른다.
고양=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