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전 6시경 인천 중구 연안부두에서 시민 1000여 명을 태운 유람선 3척이 '팔미도 해맞이'를 위해 출항했다. 유람선은 새벽 바람과 거센 파도를 헤치고 50분 만에 인천항 남쪽으로 15.7㎞ 떨어진 팔미도에 닿았다.
모래톱으로 연결된 두 섬이 마치 여덟 팔(八)자처럼 생겼다는 팔미도. 하얀 등대를 중심으로 팔미도 개방을 축하하는 레이저 쇼가 관광객들을 맞았다. 106년 동안 사람의 발길을 허용하지 않았던 '은둔의 섬'답게 팔미도엔 소나무, 소사나무, 서어나무 등 울창한 산림을 비롯해 해안절벽, 백사장이 잘 보존돼 있었다.
일출을 기다리는 동안 '2009년 인천 방문의 해'를 축하하는 대북 공연이 펼쳐졌다.
이어 오전 7시 45분 붉은 해가 바다를 들고 일어서기 시작했다. 바다가 다시 태양을 밀어 올려 팔미도 앞바다를 환하게 비추자 관광객들은 박수를 치며 함성을 질렀다.
시민들과 떠오르는 해를 지켜본 안상수 인천시장은 "인천 도약의 해가 될 2009년의 첫 해가 떠올랐다"며 신년 인사를 했다.
등대지기 김종환(52) 씨는 "잊혀졌던 섬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니 가슴이 너무 뿌듯해 감개무량하다"고 기뻐했다.
팔미도에 한국 최초의 등대가 세워진 것은 1903년 6월 1일. 이후 팔미도와 등대는 한국 근대사의 영욕을 고스란히 간직해왔다.
1904년 2월 9일 팔미도 앞바다에선 일본과 러시아함대가 치열한 교전을 벌였다. 당시 러시아의 '바리야크함'과 '코레츠함' 2척이 침몰했다. 이에 따라러시아대사관은 매년 팔미도 해상에서 위령제를 지내고 있다.
팔미도 등대는 6·25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의 기점이기도 했다. 1950년 9월 14일 밤, 유엔사령부 맥아더 장군의 특별명령을 받은 켈로부대 특공대원 6명이 북한군에 점령됐던 팔미도를 탈환했다. 특공대원들은 곧바로 등대의 불을 켰고 이 점등을 신호로 261척의 함대가 인천으로 진격한 것.
팔미도의 옛 등대(높이 7.9m)는 100주년을 맞은 2003년부터 불을 밝히지 않고 있다. 대신 그 옆에 위성항법보정장치(DGPS)를 갖춘 새 등대(높이 26m)가 세워졌다.
새 등대 2, 3층은 등대박물관으로 꾸며 이날 개관식을 가졌다. 세계 최초 등대인 지중해의 파로스 등대, 로마제국의 라코루나 등대 등 등대의 역사와 항로표지 발달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군사작전지역이었던 팔미도가 1일부터 전면 개방됨에 따라 연안부두에서 떠나는 여객선이 매일 오전 11시, 오후 2시 두 차례 운항된다. 4월부터는 운항 횟수를 늘리고 주말 새벽엔 일출투어관광 프로그램도 마련할 예정이다.
팔미도=박희제기자 min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