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주경복 불법 지원’ 혐의 40~50명 기소 방침
선거비 송금 사실 숨기려 차명계좌 거쳐 돈세탁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공상훈)가 지난해 7월 서울시 교육감 선거 당시 주경복(건국대 교수) 후보를 지원하기 위한 불법 선거자금 모금 등에 관여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관계자 40∼50명을 불구속 기소할 것으로 2일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기소 대상자는 주 씨의 선거대책본부 등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전교조 서울지부 간부 10여 명과 산하 지회장 25명, 선거자금 불법 조성과 회계장부 조작 관련자 10여 명 등이다.
검찰 관계자는 “회원 수가 1만2000명에 이르는 전교조 서울지부가 조직 차원에서 불법 선거운동을 했기 때문에 무더기 기소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주 씨의 선거연락사무소에서 전화 홍보를 하거나 전교조 서울지부에 주 씨의 선거비용을 기부하는 등 선거 관련법을 어긴 현직교사 수백 명은 형사처벌하지 않는 대신 위법 사실을 서울시교육청에 통보해 징계조치토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검찰은 주 씨도 6일 한 차례 더 불러 조사한 뒤, 전교조로부터 불법 선거비용을 지원 받은 혐의(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위반)로 형사처벌할 방침이다. 전교조 서울지부의 송원재 지부장과 이을재 조직국장 등 2명은 이미 구속돼 있다.
전교조 서울지부는 지난해 5월 주 씨를 조직 차원에서 지원하기로 결정한 뒤 지부 공금과 회원들로부터 모금한 돈 8억 원을 주 씨 측에 선거비용으로 전달했다. 이 과정에서 정치자금을 제공할 수 없는 단체인 전교조 관련 자금이라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현직 교사가 아닌 9명의 차명계좌를 거쳐 선거 회계책임자의 신고계좌로 송금하는 식으로 ‘돈 세탁’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지부 집행부는 산하 25개 지회에 e메일을 보내 “조합원 1명당 10표 이상, 1지회당 1만 표 이상을 확보하라”며 조직적인 불법 선거운동을 지시하기도 했다.
검찰에서 조사받을 것에 대비해 사전에 입을 맞춘 흔적도 나타났다.
검찰은 지난달 11일 서울 동작구 사당동 전교조 서울지부를 압수수색할 때 지부 간부들이 교육감 선거와 관련해 주고받은 e메일을 모두 출력해 검토한 뒤 검찰조사에 대비해 작성한 예상 문답서를 사무실 금고에서 발견했다.
예를 들어 검사가 “조합원들이 주 후보에게 직접 돈을 빌려주지 않고, 김민석 사무처장을 거쳐 전달한 것은 조직적 지침이나 협의가 있었던 것이 아닌가”라고 물어보면 “조직적 지침이나 협의는 없다. 오히려 법령을 위반하지 않도록 공직선거법에 대해 안내했다. 조직적 지침이라면 600명 규모의 초등강서지회 참가자가 15명밖에 안 되겠나”라고 답변하도록 작성돼 있었다고 한다.
또 “1인 10표 조직하라는 내용의 e메일을 발송한 적 있나”라는 질문에는 “평소 알고 있는 이을재 선생님의 부탁을 받고 발송했다”고 답변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