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의 독서량은 월평균 3권이다. 하루 독서시간은 평균 15분. 48분을 할애하는 초등학생보다도 못하다. 즐겨보는 책도 대부분 읽기 쉬운 소설이나 처세 관련 도서다. 이쯤 되면 도서관에서 책을 쌓아놓고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는 대학생의 이미지는 허구다.
1, 2학년 때는 인터넷을 검색해 ‘복사’와 ‘붙여넣기’로 지식을 축적하는 시늉을 한다. 3, 4학년이 되면 취업 준비와 영어 공부로 지식의 빈자리를 메운다. 수업을 마치고 도서관을 찾아가 오늘 수업한 내용을 다시 보고 관련 도서를 찾아가며 공부하는 학생은 드물다. 교수가 제공하는 강의안을 외우기에 급급하고 지난 학기 족보를 찾아 시험에 대비한다. 그토록 싫어하던 암기식 입시교육과 별반 다르지 않다. 자잘한 정보는 많이 알지만 하나로 꿰어 큰 틀에서 바라보는 안목은 부족하다. 대학에서 읽어야 하는 책과 자격증 문제집을 맞바꾼 결과다.
사정이 이러니 4년 동안 대학 공부를 하고도 사회 이슈와 사람 사는 것에 대해 이렇다 할 자기만의 시각을 갖지 못한 경우가 대다수다.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와 여기저기서 듣는 이야기가 곧바로 자기 안목이 된다.
정보의 겉과 속 사이에 들어 있는 헛말과 증거가 없는 주장을 의심하지 않는다. 의심할 능력이 부족하니 당연한 결과다. 말 뒤에 숨어 있는 속뜻,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는 의도를 꿰뚫어보는 데 필요한 근본적인 밑천을 마련하지 못한 탓이다. 인간과 세계의 근원과 고유성을 담고 있는 책을 읽지 않고는 겉핥는 식일 수밖에 없다.
대학생이여, 책을 읽자. 될 수 있는 한 많이 읽자. 한걸음 더 나아가 책을 내 식대로 읽자. 권위 있는 작가가 썼다 할지라도 “왜(?)”라고 의문을 던지자. 더불어 도서관은 시험 공부하는 독서실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세상을 꿰뚫는 통찰력과 끊임없는 의심과 질문. 이것이 ‘내공’이다. 진정한 의미의 스펙이다. 토익 점수나 자격증처럼 스펙이라고 말하는 것은 더는 스펙이 아니다. 남들도 다 가진 것이 어떻게 나의 특별함을 증명하는 도구일 수 있는가.
“네가 아직 세상을 모르는구나”라고 혀를 찰 수 있다. 하지만 한 번 더 생각해 보길 바란다. 완벽한 스펙을 갖추는 데 4년을 보내고 ‘직장인 A 씨’가 될지, 세상사 파도에 당당히 맞설 ‘나 자신’이 될지를 말이다. 잊지 말자. 나 자신이 되는 힘은 독서를 통해 길러진다는 사실을.
문수아 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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