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나, 노숙인이지만 아파트 있는 사람”

  • 입력 2009년 1월 5일 02시 57분


‘취중진담’ 했다 피랍… 집도 빼앗겨

지난해 5월 술에 취해 경기 수원역 인근 노상에서 자고 있던 김모(64) 씨에게 한 무리의 남자들이 접근해 왔다.

술에 취한 김 씨는 이들이 누구인지도 모른 채 횡설수설했고 그 와중에 “내가 이렇게 살아도 아파트가 있는 사람”이라는 말을 했다. 이들은 곧바로 김 씨를 납치해 끌고 다니며 명의를 도용해 김 씨 소유의 아파트를 팔고, 고급 승용차 2대를 김 씨 명의로 구입한 뒤 되파는 수법으로 1억4000만 원을 갈취했다.

또 김 씨 명의로 휴대전화 12대를 개설해 ‘대포폰’으로 팔기도 했다.

결국 사용하지도 않은 휴대전화 요금 고지서가 계속 날아오는 것을 의아하게 여긴 김 씨 가족들의 신고로 이들은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노숙인들을 유인해 노숙인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설하고 ‘대포폰’으로 팔아온 일당으로 드러났다.

피해자 김 씨는 10여 년 전부터 알코올의존증 증세를 보여 왔으며, 가족이 알코올의존증 치료소에 보냈지만 김 씨는 수차례 치료소를 탈출해 노숙 생활을 해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 성북경찰서는 노숙인을 감금하고 협박해 금품을 빼앗은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김모(39) 씨 등 2명을 4일 구속하고 공범 김모(34)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 동아닷컴 임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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