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전세주택 공급도 대폭 늘릴것”
2일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신년 인터뷰가 열린 서울 성동구 상왕십리동 왕십리 주상복합 아파트 공사 현장.
세련된 디자인의 24층과 21층 건물 2동은 3월 입주를 앞두고 막바지 공사에 한창이었다. 왕십리 주상복합은 전체 97채 가운데 70%가 넘는 69채가 장기전세주택(Shift)으로 공급된다.
장기전세주택은 주변 아파트 전세 시세의 70∼80%의 저렴한 값에 최장 20년까지 내 집처럼 살 수 있는 서울시형 임대주택. 집에 대한 생각을 ‘사는 것’에서 ‘사는 곳’으로 바꾼다는 뜻으로 시프트란 이름을 붙였다. 전용면적 124m²의 중대형 시프트도 9채 공급된다.
오 시장은 “위축된 경기를 살리는 단기 처방으로는 건설만 한 것이 없다”며 “올해는 장기전세주택 보급을 본격화하고, 노후건물 리모델링과 영구임대주택 리모델링 사업 등을 통한 건설경기 부양에 시의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올해의 시정 방향은 어떻게 잡고 있나.
“경제 살리기와 사회적 약자 배려, 이 두 가지를 큰 축으로 해 시정을 이끌어 나갈 것이다. 사회적 일자리 확보와 창업자 지원, 중소기업을 돕기 위해 1조5000억 원 넘는 자금을 마련했다. 또 다양한 복지정책을 운영해 사회적 약자들을 도울 생각이다.”
―정부가 최근 건설경기 부양을 화두로 던지고 있는데 서울시도 이와 관련한 계획이 있나.
“노후 빌딩 리모델링 사업을 새롭게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현재 아파트를 제외하고 서울시내 전체 건물의 절반 정도인 28만6000여 채는 20년이 넘어 리모델링이 필요하다. 그동안은 리모델링을 하고 싶어도 제도적 부담이 너무 무거워 엄두를 못 냈다. 관련 건축기준을 완화해 주는 방안을 중앙정부와 협의하고 있다.”
―노후 빌딩 리모델링 사업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추진되나.
“지금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많은 사업은 당장 허가를 내주더라도 내년이나 후년에야 시공에 들어간다. 하지만 빌딩 리모델링은 곧바로 착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가장 확실한 단기 처방이다.
리모델링을 원하는 건물 소유주에게 금융기관에서 에너지 절약형으로 빌딩을 개조하도록 자금을 대출해주고 절약된 비용으로 대출금을 갚게 하는 ‘레트로핏(Retrofit)’ 사업을 검토 중이다.
시나 자치구가 먼저 리모델링 비용을 대고, 소유주가 이를 추후에 갚도록 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최근 국무회의에서 이런 방안을 건의했는데 반응이 상당히 긍정적이었다. 이 사업을 통해 일자리 창출과 도시미관 개선, 에너지 절약 등 세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다.”
―장기전세주택을 늘리는 것도 건설경기를 살리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당초 2010년까지 2만1000채의 장기전세주택을 공급할 계획이었는데 역세권에 용적률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2만4000채를 추가로 확보했다. 여기에 26개 뉴타운 내 역세권의 용도지역 상향 등을 통해 2만3000여 채를 추가로 지을 계획이다. 장기전세주택의 단점은 물량이 너무 적다는 것이었다. 역세권을 활용한 방안들이 제대로 추진되면 2015년까지 11만 채 건설이 가능해진다.
―어느 정도의 경제적 효과를 예상하고 있나.
“서울시정연구개발원의 분석에 따르면 올 한 해 동안 리모델링 대상 건축물의 10%(2만8000채)만 사업이 시행돼도 1조8000억 원의 생산 유발 효과가 발생하고 1만5000개의 일자리가 생긴다. 장기전세주택 2447채를 공급하면 3조 원의 생산 유발 효과와 4만 명이 넘는 고용 유발 효과가 발생한다. 건설시장이 살면 일자리가 풀릴 것이라고 확신한다.”
―공공임대주택 리모델링 사업도 정부와 협의 중이라고 들었다.
“현재 공공임대주택은 워낙 낡아 주거환경이 좋지 않다. 장애인과 노약자 등을 위해 화장실과 등을 대대적으로 리모델링할 계획이다. 올해 1000억 원 정도의 예산을 투입한다.
또 지난해 발표한 것처럼 공장이나 창고, 터미널 등 기능이 쇠퇴한 1만 m² 이상의 대규모 토지 개발을 적극 도울 생각이다. 그동안 특혜 시비 때문에 추진이 힘들었지만 시가 정책적으로 도움을 주면 사업이 상당히 꿈틀거릴 것이다. 지하철 9호선 2단계 공사도 2년 정도 앞당겨 올해 곧바로 공사에 들어간다.”
―민선 4기 서울시의 핵심 기치였던 문화와 디자인은 어떻게 되나.
“기조는 그대로 간다. 일부에서는 경제가 어려우니까 그만둬야 한다고 하는데 그건 아니라고 본다. 잠시 어려워졌다고 그만둘 사업이 아니라 어렵더라도 계속 꾸준히 해나가야 성과를 낼 수 있는 중장기적 투자다.”
―취임 이후 서울의 도시 브랜드가 높아졌다고 느끼는가.
“이제 2년 반이 지나서 말하기엔 이르지만 체감온도로는 확실히 인지도가 올라간 것 같다. 지난해 일본인들 사이에서 ‘가보고 싶은 도시’ 1위가 서울이었다.”
―서울시장을 한 번 더 한 뒤 대선에 출마한다는 얘기가 있다.
“일단 성과를 내는 게 중요하다. 서울시는 지난해 청렴도 1위를 차지하는 값진 선물을 받았다. 앞으로도 서울시를 확 바꿨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유일한 관심사다.”
―새해를 맞아 시민들과 국민에게 희망과 격려의 메시지를 전한다면….
“한국인은 세계인이 상상도 하지 못하는 속도로 6·25전쟁 피해 복구와 산업화를 이루었고, 외환위기도 극복했다. 이번 경제난이 극복될 즈음이면 서울과 우리나라가 한 단계 더 성장해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모든 사람이 맡은 분야에서 분발했으면 한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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