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떠난 장애인 어려움 많아”
“법안이나 제도는 거의 완벽해요. 하지만 사람들의 시선은 아직도 갈 길이 멀어요.”
김희연(58·사진) 서울 광성해맑음학교 교장은 1974년 제1회 특수교사 자격시험에 합격한 뒤 특수교육에 일생을 바쳤다.
1970년 대구교육대를 졸업한 뒤 경북 봉화군에서 교직을 시작한 김 교장의 눈에 한 학생이 들어왔다.
유독 모든 면에서 더딘 학생이 있었지만 ‘시골 아이라서 그런 모양’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 학생이 ‘발달학습장애’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교육 관련 잡지를 읽고 난 뒤였다.
“학생이 분명 문제 현상을 보이고 있는데 담임교사가 전혀 몰랐다는 것이 부끄러웠습니다.”
그 길로 특수교육 관련 서적 탐독에 들어갔고, 1974년 제1회 특수교사 자격시험에 합격했다.
“그때는 특수교육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기 때문에 수업할 자료가 없었어요. 직접 낱말 카드, 사칙 연산 문제지 같은 것을 만들어 가르쳤죠.”
그는 학생들에게 책을 마음껏 읽게 해주겠다는 조건을 내세워 장애 학생들과 자연스레 어울리도록 유도했다.
이를 꺼리는 학부모도 있었지만 1975년 동아일보가 주최한 ‘자유 경시대회’ 독서 부문에서 상을 타자 보는 눈이 달라졌다.
서울시교육청에서 장학관으로 일하던 1997년에는 국내 최초로 일반계 고교 7곳에 특수학급을 도입했다. 공립 특수학교 5곳도 만들었다.
“‘님비(NIMBY)’라는 말을 그때 절감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50여 개 일반고에 특수학급이 있습니다.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일이에요.”
서울 정진학교장을 맡아서는 정신지체아들이 연주하는 관현악 합주부도 만들었다.
“다들 안 된다고 그랬어요. 그런데 합주부 출신 학생이 4년제 음대에 합격하니 여기저기서 공연 요청이 쇄도하더군요.”
정년을 4년 앞둔 김 교장은 퇴직 후 장애 학생 학부모 상담 연구소를 운영하는 것이 꿈이다.
“학교에 있을 때는 물리적 통합이라도 되지만 학교를 졸업한 장애 자녀에 대한 부모님들의 애로사항이 아주 많습니다. 그 문제에 도움을 주는 것이 장애인 문제를 푸는 실마리가 아닐까요?”
김 교장은 특수교육 발전에 헌신한 공로로 지난해 12월 23일 서울교육상을 받았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