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9시 반경 서울 용산에서 만취 상태로 택시를 잡아타고 관악구 봉천동으로 향하던 회사원 이모(28) 씨는 택시가 신호를 받고 멈춰서자 차문을 열고 침을 내뱉었다.
한강대교 위에 택시를 세운 운전사 최모(65) 씨는 “그럴 거면 여기까지 온 택시비나 내고 여기서 내리라”고 말했다. 이에 격분한 이 씨는 택시 운전사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마구 때렸다.
최 씨가 전화로 경찰에 신고하려 하자 이 씨는 최 씨의 휴대전화까지 빼앗아 한강대교 남단을 향해 도망쳤다.
한 50m쯤 달아났을까? 상도터널 부근에서 ‘빈차’ 불이 켜진 택시가 자신의 앞에 멈추자 이 씨는 아무 의심 없이 택시에 올라 ‘봉천동으로 가자’고 말하고 잠들었다.
이 씨가 정신을 차린 곳은 다름 아닌 동작경찰서 산하의 한 지구대 앞. 도망가는 이 씨를 붙잡으려 따라온 최 씨의 택시를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고 다시 잡아 탄 것이 실수였다.
제 발로 택시로 돌아온 이 씨 덕분에 최 씨는 힘들이지 않고 이 씨를 경찰서까지 ‘모실’ 수 있었다. 경찰은 이 씨를 상해 및 절도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