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범죄조직에 잡힌 탈북여성 구해내
지난해 4월 탈북자들이 주로 글을 올리는 한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에 “살려 달라”는 20대 탈북여성의 호소가 올라 왔다. “지금 옌지(延吉)의 한 조선족 인신매매범에게 잡혀 있습니다. 방에 갇혀 음란 화상 채팅을 강요당하고 있습니다. 제발 살려주세요.”
이 글을 본 남한의 누리꾼 3명이 채팅을 통해 구출작전에 들어갔다. 북한 사정을 잘 아는 탈북자도 있었다.
‘지금 옌지에는 이런 방법으로 돈을 버는 범죄조직들이 많습니다. 안타깝게도 이런 마수에 빠진 여성을 구출하기는 어렵습니다.’
‘돈을 써도 안 될까요.’
‘돈을 쓰면 제가 옌지 사람들을 사서 움직여볼 수는 있죠.’
문제는 돈이었다. 한 남한 누리꾼이 300만 원을 내놓겠다고 하면서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이들은 그녀를 ID로 불러냈다. 일주일에 두 차례 병원에 가려고 밖으로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된 누리꾼들은 D데이를 정했다. 그리고 며칠 뒤 돈을 주고 고용한 옌지 청년들을 시켜 인신매매범과 함께 있는 그녀를 구해냈다. 그녀는 두 달 뒤 태국을 거쳐 한국에 입국했다.
기자는 탈북자들로부터 이야기를 전해 듣고 돈을 낸 남한 누리꾼 A 씨를 찾아 나섰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평범한 40대 회사원이었다. 한 달 월급과 맞먹는 돈을 선뜻 탈북자를 위해 쓴 이유가 궁금했다.
“목숨을 어떻게 돈으로 계산할 수 있습니까. 남한에도 좋은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고 어디서든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여성이 고마움을 전하고 싶을 텐데 한 번 만나보는 게 어떠냐”고 하자 “만나는 게 목적이 아니라 구해내는 게 목적이었으니 새삼스럽게 만날 필요는 없는 것 같다”고 정중하게 거절했다.
통일부는 5일 지난해 입국 탈북자가 2809명으로 사상 최대라고 밝혔다. 지난해 말까지 전체 탈북자는 1만5057명에 이른다. 지난해 8월 원정화 사건으로 탈북자들은 가뜩이나 정착하기도 힘든데 의심까지 받는 큰 상처를 입었다. 차디찬 경제난의 여파로 올겨울 추위는 더 차다. 그러나 찬바람 불어도 이곳은 분명히 따뜻한 남쪽 나라다. A 씨처럼 가슴이 따뜻한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으니 말이다. 탈북 동포들이여, 힘을 내시라.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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