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표 낸 1급들 엉거주춤… 정책현안 손 못대
개각 늦어져 靑 눈치만… 국과장 인사도 감감
정부 부처 1급 공무원 인사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국정 업무에 막대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악의 경제위기에서 신속한 의사결정이 필요하지만 후임 인사가 결정되지 않아 국·과장급들이 예정된 업무 계획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또 사표를 낸 1급들은 사표 수리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에서 어정쩡하게 업무를 계속 보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제1차관이 퇴임해 공석인 데다 지난해 12월 1급 7명 전원이 사표를 제출한 이후 후속 조치가 없어 한 달째 유례없는 고위직 인사 공백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실국·과장급 인사도 기약 없이 미뤄지면서 대부분의 업무가 ‘올스톱’이다. 대통령 업무 보고에서 내놓은 주요 정책들은 방향만 정해졌지, 실제 운용 방안에 대해선 구체적인 진행 일정을 짜지 못하고 있다. 곧 담당 관리자가 바뀔 업무에 섣불리 손을 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2월 8일 1급인 김용환 전 상임위원이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1개월째 업무가 공백이 된 상태다. 김 부원장은 금융위 재직 당시 은행, 저축은행 등 금융권의 구조조정과 감독 업무를 총괄했다.
1급 4명 전원이 사표를 낸 농림수산식품부와 국무총리실도 후임 인사가 지체되면서 어수선한 분위기이고, 2일 인사를 끝낸 감사원은 1급 추가 교체설로 술렁이고 있다.
기획재정부처럼 사표 일괄 제출과 무관했던 부처들도 개각이 언제 이뤄질까 청와대 눈치만 보면서 일손을 놓고 있다.
이에 따라 분위기 쇄신을 위해서는 하루빨리 장차관과 1급 인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치권에선 1급 인사가 지연되는 원인은 정부 개각이 늦어진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정부 부처의 1급 인사는 장차관 인사 및 청와대 비서관급 인사 등과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갈 수밖에 없는데 ‘윗단추’를 끼우지 않은 상태에서 ‘아랫단추’를 먼저 끼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각 부처가 치밀한 준비 없이 개혁인사를 주도하는 것처럼 경쟁적으로 사표를 받은 측면이 있다”며 “청와대가 별다른 지침을 주지 않아 후속 인사를 하지 못하고 눈치만 보고 있다”고 전했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