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들 반발 “실질적 보호조치 없어”
서울시내 29개 지하도상가 2750여 개 점포 상인들과 임차인 선정 방식을 두고 10개월에 걸쳐 지루한 갈등을 빚어 온 서울시가 기존 방침에서 한발 물러서 대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상인들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해 생존권을 중심에 둔 이 ‘전쟁’이 끝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 5개 상가만 경쟁입찰 전환, 나머지 상가는 계약 연장
서울시는 시내 29개 전 지하도상가의 계약 방식을 경쟁입찰로 바꿔 나간다는 계획을 포기하고 시설이 노후해 리모델링이 시급한 강남지역 5개 상가(강남역, 영등포역, 고속터미널 1·2·3구역)만 경쟁입찰로 전환하고 나머지 상가에 대해선 계약을 3년 연장해 주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8일 밝혔다.
시는 “최근 경제위기로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5개 상가만 경쟁입찰로 전환하기로 하고 상가와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5개 상가는 상가 전체의 통일성 유지 및 상권 활성화를 위해 점포별이 아닌 상가 전체에 사업자를 하나씩 선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시는 “민자를 유치해 리모델링을 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 5개 상가의 운영권을 경쟁입찰로 민간에 넘기되 단순히 최고가를 쓴 사업체를 선정하는 게 아니라 재무 상태나 기존 상인들에 대한 민원해결책, 보도개선책 등을 골고루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는 아울러 상인들과의 거듭되는 갈등을 해소하고 지하도상가의 활성화를 위해 공식적인 상설 대화창구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해우 도로행정담당관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하도상가의 발전 논의를 하기 위해 이달 안에 상인, 시 공무원, 법률가, 시민단체, 시의원 등을 포함하는 ‘지하도 상가발전협의회’도 구성하기로 했다”며 “앞으로 운영권 계약 문제뿐 아니라 상가 평가문제, 시 차원의 지원책 등을 다양하게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 상인들 반응 싸늘
서울시와 지하도상가 상인들의 전쟁이 시작된 것은 지난해 4월이다.
시가 “지하도상가는 공유재산이며 조례에도 임대차 계약은 경쟁입찰을 통하도록 규정돼 있다”며 점포 임차인 선정 방식을 경쟁입찰제로 바꿔 나가기로 했기 때문.
시는 현재까지 강남역 상가를 시작으로 계약이 만료된 1900여 개 점포에 계약연장 거절통지서를 보내는 한편 계약이 종료됐는데도 가게를 비우지 않은 상인들에게 점포를 비워 줄 것을 요구하는 명도청구 소송을 진행했다.
이에 지하도상가 상인들은 강력하게 반발해 왔다. 상인들은 이제 겨우 상권이 형성돼 장사를 하고 있는데 나가라는 것은 생존권 위협이라며 수의계약(경쟁계약의 반대되는 개념, 경매나 입찰을 거치지 않고 적당한 상대를 선택해 맺는 계약)을 해 달라는 의견이다.
이들은 “상인들을 몰아내고 재벌들에게 운영권을 넘겨주는 것이냐”며 10여 차례에 걸쳐 거리 규탄 집회를 벌이기도 했다.
이런 갈등이 지속된 지 10개월 만에 절치부심하던 서울시가 대안을 마련하고 협상 카드를 던진 것이다.
하지만 상인들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서울시내 지하도상가에는 여전히 서울시 계획에 반발하는 내용의 플래카드와 전단이 가게마다 붙어 있었고 상인들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전국지하도상가상인연합회 정인대 이사장은 “상인들을 배려한다고는 하지만 고작 3년의 계약 연장일 뿐”이라며 “운영권이 넘어가는 5개 상가의 상인들에 대한 실질적인 보호책은 마련돼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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