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빌릴 곳이 없어 절박한 심정으로 사금융을 이용하는 서민들을 등치는 대출 사기 피해가 늘어나 주의가 요망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유사수신· 사금융 피해 신고건수가 2007년 3421건에서 2008년 4075건으로 20% 가량 급증했다.
금융감독원 유사수신· 사금융 피해 신고 게시판에 접수된 교묘해진 대출 사기를 유형별로 정리하고 사기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 대출을 알선한다며 중개수수료를 갈취하는 '작업 대출'
낮은 신용도로 대출을 받기 힘든 서민들에게 신용등급을 높여 대출을 받아준다며 대출금의 10~30% 정도를 중개 수수료로 받아 챙기는 수법이다.
신용불량자인 J씨는 지난해 11월 생활정보지에 실린'신불자ㆍ연체자 환영'광고를 보고 대출상담을 받았다. 업자는 J씨의 신용등급을 올려 3000만원까지 대출을 해주겠다며 작업비를 요구했다. J씨는 업자의 요구대로 은행직원 접대비와 서류 비용 등을 5차례에 걸쳐 650만원을 송금했다. 업자는 대출을 해 주기는커녕 작업비만 챙기고 연락이 두절됐다. J씨가 이용한 업체는 무등록 업체로 수사를 의뢰했지만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 휴대전화 및 통장 등을 양도 받아 팔아버리는'대포 대출'
대출 신청자에게 급전 대출을 미끼로 휴대전화 및 은행거래 통장 등을 양도 받아 타인에게 불법으로 재양도하는'대포 대출'도 극성이다. 이러한 대포전화나 대포통장은 또 다른 사기에 이용돼 제 2, 제 3의 피해자를 양산한다. 게다가 본인이 제 3자 사용을 동의한 것으로 법적인 책임도 져야 한다.
L씨는 급하게 대출을 알아보던 중에 대출 거래 내역이 없는 새 통장이 있으면 돈을 빌릴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지난해 10월 L씨는 은행 등에서 새 통장 3개를 만들었고 집으로 찾아온 퀵 서비스 기사에게 자신의 통장을 넘겨 업자에게 전달했다. 그러나 대출받은 금액은 입금되지 않았고 자신의 통장이 인터넷 상거래에 악용되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업자가 인터넷 카페에서 유아용품을 판다고 광고를 내고 자신의 통장으로 입금 받은 뒤에 상품을 보내지 않고 돈만 챙긴 것. 거래내역을 보니 총 11명이 돈을 보냈고 200 만원이 인출되었다. 사기 피해를 본 다른 피해자가 소송까지 걸어 L씨는 곤란에 빠졌다.
본인 명의 통장 대신 휴대전화 개통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E씨는 지난해 9월 휴대전화를 빌려주면 대출을 해 준다는 말에 3개 통신사에 총 10대를 개통해 업자에게 넘겨주었다. 한 달 후에 500만원이 넘는 요금이 청구되었고 불법 스팸 문자를 과다 사용했다며 30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내라는 통지서도 날라 왔다. 대출업자가 E씨 명의의 휴대전화로 불법 스팸을 발송하는 등 대부 영업에 사용했기 때문이다. 해당업자의 신원 확인이 불가능한 데다 금전을 받고 제 3자 사용을 동의했으므로 E씨가 책임을 피할 방법이 없다.
● 대부업 등록증 발부해 오라는 '명의 도용 대출'
이자가 부담되어 대출을 주저하는 대출 신청자에게 10만원의 등록비만 내고 본인 명의 대부업 등록증을 만들어 오면 대출을 해 준다고 속이는 수법도 등장했다. 이들은 타인 명의대부업 등록증을 이용해 대부 광고를 내고 대출 사기 행각을 벌인다.
K씨는 지난해 9월 1000만 원의 대출에 이자를 300만원을 달라는 대출을 거절하자 업자는 대신 대부업 등록증을 발급 받아 오라는 제안을 했다. 10만 원이면 대부업 등록증을 발급받을 수 있다면서 K씨 명의로 대부업 등록을 하고 대부업 등록증, 통장 및 현금카드를 만들어 오면 대출액을 입금시키겠다는 것. K씨는 대부업 등록을 하고 요구 서류 일체를 H캐피탈에 송부했지만 대출은 이뤄지지 않았고 오히려 대부업법상 '명의대여 금지' 의무 위반으로 형사처벌 대상이 됐다. 이후 D캐피탈은 생활정보지에 대출광고를 하고 이를 보고 연락한 대출희망자 14명에게 총 2400만 원 수수료를 수취 받아 K씨 명의의 현금카드로 인출 후 사라졌다. 명의를 도용당한 K는 현재 대출사기 피해자(14명)로부터 소송을 당한 상태다.
● 신용카드 대금 연체자에게 대납을 미끼로 '카드깡 대출'
'신용카드→ 현금(할부가능)'등 카드깡 광고를 실어 카드대금 연체자를 모집한 후 대출 신청자 카드로 할인마트 등에서 물품을 구매하고 이를 싸게 매입하는 방식으로 현금을 융통시켜 준다. 이 때 카드결제금액의 15~25%를 할인료 명목으로 물어야 하는 데다 원금 보다 많은 할부액을 갚아야 하므로 다시 연체자가 되는 것이다.
D씨는 신용카드 대금이 연체되어 고통을 겪던 중 카드깡 업체로부터 연체대금에 대해 18% 이율로 대납하여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지난해 6월 D씨의 4개 카드사에 대한 연체대금 2066만원을 대납하여 주고 D씨의 신용카드와 운전면허증을 수령 카드가맹점인 W유학대행업체 등에서 총 3100만원을 결제하는 방법으로 대납자금을 회수했다. 결국 D씨는 원금보다 1000만원이나 많은 금액을 물어야 하고 연체 이자만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 구직자들의 신용정보로 대출을 받고 잠적하는 '고용 대출'
유령 회사를 차려 취업난에 시달리는 구직자들을 모은 뒤 구직자의 개인 신용정보로 대출을 받은 뒤 사라지는 황당한 수법도 있다.
구직자 S씨는 지난해 12월 카드 발급 업무를 대행하는 사무실이라는 C캐피탈에 입사를 했다. 출근 첫 날 업체는 S씨 명의로 대출을 받고 신용조회건수만 남긴 채 잠적했다. 그 날 같이 출근한 직원 2명도 같은 처지였다. 입사 당시 본인의 개인정보를 기재하게 되어 있는데다 카드 발급을 위한 서류를 넘겨 준 것이 화근이었다.
● 대출 사기 피하려면 어떻게?
이 같은 대출 사기를 일삼는 업체들은 무등록 업체이거나 등록 번호를 도용한 업체로 검거가 어렵다. 명의 대여인이 대출사기 피해자와 소송에 휘말려 낭패를 보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이들 업체를 이용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나 최근 어려워진 경기 사정으로 불법 대출 업체 이용은 늘어나는 추세다.
급전이 필요한 경우 먼저 금융회사 또는 한국 이지론의 '서민맞춤대출안내서비스'를 통해 대출 가능 여부를 확인한 후 본인의 신용에 맞는 대출을 이용해야 한다.
금융감독원은 "대출과 관계없는 대부업 등록증, 현금카드, 휴대전화 등을 만들어 오라는 요구에는 절대 응해서는 안 된다"며 "현행법상 대부업 등록증 명의대여 규정 위반 시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또 중개수수료, 선이자를 요구하는 업체는 대부분 수수료를 편취하고자 하는 사기 업체로 절대 거래해서는 안 된다.
이미 사기 피해를 입었다면 금융감독원 사금융피해상담센터(02-3786-8655∼9)로 전화하거나 홈페이지 유사수신· 사금융 피해 제보 게시판에 즉각 신고를 하고 상담을 받아 구제 방법을 찾아야 한다.
우경임기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