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에서 정보는 사고와 논증, 토론을 바탕으로 생산된다. 조셉 월리엄스와 그레고리 콜롬은 논증의 원칙이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현실적인 예를 들어 우리에게보여준다.
특히 이들은 오늘날 거의 모든 분야에서 요구되는 글쓰기 능력의 핵심도 ‘논증’이라고 주장한다. 논증은 사회적으로 합리적인 인간이 되는 데 꼭 필요한 부분이다. 다음의 내용을 논술과 관련지어 생각해 보자.
『(가) 개념 문제는 수수께끼, 퍼즐, 미스터리와 비슷하다. ‘우주의 나이는 얼마나 될까?’ ‘인간과 달리 유인원은 왜 울지 않을까?’와 같은 개념 문제는 질문으로 이루어지며 이에 대한 대답이 해법이 된다.
개념 문제를 풀지 못했다고 해서 슬프거나 화가 나지는 않는다. 다만 세상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망에 좌절감을 알려줄 뿐이다. ‘깡통을 흔들면 왜 가장 큰 땅콩이 맨 위로 올라갈까?’와 같은 사소한 질문에 흥미를 느끼지 않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수많은 학자들은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서 노력한다. (106쪽)
(나) 1)속어 vs 일상어 vs 격식어(뒈지다 vs 죽다 vs 사망하다)
(1)속어: 완전히 맛이 간 사람이 응급실에 실려 오면 진정제를 쏠 것인지 샘이 알아서 해야 한다. (2)일상어: 이성적으로 생각하지 못하는 환자가 응급실에 실려 오면, 약물을 투여해 진정시킬 것인지 의사가 결정해야 한다. (3)격식체: 지적 능력이 훼손된 환자가 외상 치료 전문 센터에 입실하면, 신경 안정제를 투약하여 환자를 진정시킬지 담당 의사가 판단해야 한다.
2)중립적 vs 감정적(임신중절, 낙태 vs 태아 살해)
(1)중립적: 세금을 낮추면 소득이 오를 것이다. (2)감정적: 다달이 우리 급여에서 공무원들이 뽑아가는 돈만 줄일 수 있다면, 하루하루 힘들게 땀 흘려 번 돈으로 우리는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442∼443쪽) 』
글쓰기 능력의 핵심 ‘논증’… 논증적 글에 필요한 것은?
(가)는 개념 문제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 개념은 ‘세상과 인간’을 쉽게 이해하는 근본적인 물음이다. (나)는 언어를 어떻게 선택하느냐에 따라 글의 느낌 또는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제 위의 내용을 바탕으로 스스로 논제를 만들고 답안까지 작성해보자.
① ‘(가)에 제시된 개념 문제의 논증이 주는 효과를 밝히고, 그것이 실제 생활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사례를 들어 설명하시오’를 만들어 보자.
학자들은 ‘개념의 논증’이 세상과 인간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고 말한다. 정치인이나 경제인들도 개념 문제를 실생활에 적용해 특정한 효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한다.
예를 들어 (가)에 나온 ‘깡통을 흔들면 왜 가장 큰 땅콩이 맨 위로 올라갈까?’의 내용은 개념의 문제다. 하지만 이 개념은 운송회사에서 알갱이로 된 물건을 효율적으로 포장하는 법을 연구하는 데 실마리가 된다. 건설회사에서는 길을 튼튼하게 다지는 법, 제약회사에서 알약을 효율적으로 만드는 방법의 단초를 제공한다. ‘무엇인지’를 논증해야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② ‘논술과 문학적인 글을 각각 선택해 쓴다고 할 때 (나)의 내용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서술하시오’를 만들어 보자.
논술과 문학은 글의 성격이 다르다. 논술은 논리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남에게 설득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씌어진 글이다. 논술은 논증의 과정이 중시되므로 주장과 설득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나)에 제시된 ‘일상어’ ‘중립적’이란 개념은 논술과 일맥상통하다.
반면 문학은 글을 읽는 이에게 교훈과 쾌락, 감동을 준다. 대부분의 문학은 감성적인 글이기 때문에 경험이 중시되는 ‘주관’이 깊숙이 작용한다. ‘속어’ ‘감정적’이란 개념은 문학과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문장에서 어휘의 선택은 글이 주는 인상과 목적뿐만 아니라 글쓴이의 인상에도 크게 영향을 미친다.
이 책은 글쓰기의 본질로 ‘논증’을 제시한다. 좋은 글은 첫눈에 논증의 구조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개념은 글쓰기에서 구체적인 논의와 논증의 근거로 작용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나도 글을 논증적으로 쓸 수 있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이도희 송탄여고 국어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