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제천시 봉양읍 공전1리 작은천 마을의 안병동(52) 씨는 하늘이 원망스럽다. 15가구 40여 명이 사는 오지마을인 이 곳 주민들은 그동안 용천수를 물탱크에 저장해 쓰면서 살았다.
하지만 지난해 가을부터 가뭄이 계속되면서 지난달부터 물이 나오지 않아 1주일에 두 번씩 소방서 급수 차량을 통해 물을 받고 있다.
안 씨는 "방학 전에는 중학생인 막내 아들이 아침 일찍 걸어서 20여 분 걸리는 아랫마을 고모네 집에 가서 세수를 하고 학교를 다니기도 했다"고 말했다.
겨울 가뭄이 극심하다. 지난해 여름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시작된 가뭄이 겨울까지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각 지역에서는 식수와 농업·공업용수가 모자라 아우성이다.
●가뭄 5월까지 계속될 것
대전지역 강수량은 이달(12일 현재) 0.6㎜로 예년의 30.2㎜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충남도 서산의 강수량은 0.0㎜로 눈 조차 내리질 않았다.
충남도내 947개 저수지 저수율은 71.5%로 전년 동기(93.9%)에 비해 훨씬 적다.
남부 지방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대구의 강수량은 761㎜로 최근 10년간 연평균 1192㎜에 비해 431㎜나 적다. 경북도내 저수지 5580개의 평균 저수율은 64%로 예년(80%)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기상청의 지상기상관측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강수량(1028.3㎜)은 1971~2000년 평균(1315.9㎜)의 78.1%에 그쳤다. 기상청이 자료를 생산한 1973년 이래 5번째로 강수량이 적은 해였다.
기상청은 "여름에는 연간 강수량의 60¤70%가 집중되는데, 지난해는 그렇지 않았다. 7¤8월 북태평양 고기압이 이례적으로 우리나라 남부지방에 오래 머물렀고 9¤10월 동서고압대의 영향을 받으면서 건조한 날씨가 계속됐다"고 설명했다.
통상 2¤3개의 태풍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면서 많은 비를 뿌렸으나 지난해에는 1개만 영향을 미쳤던 점도 장기 가뭄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기상청은 12일 "올해 5월까지 강수량이 평년보다 적을 것으로 보여 가뭄이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산간지역과 섬지역 주민들 고통
물 부족은 상수도 시설이 없어 계곡물을 정화해 간이 상수도로 이용하는 산간이나 섬지역에서 더욱 심하다.
경남 통영시는 사량면 진촌마을과 용남면 의도 등 5개 마을 425가구, 주민 950명에게 식수운반선으로 물을 공급하고 있다.
경남 통영시 사량면 진촌마을 김우곤(64) 이장은 "평소 식수로 사용해오던 지하수는 가뭄이 계속되면서 소금물이 스며들어 그냥 먹을 수 없다"며 "통영시가 식수 운반선을 통해 식수를 공급해주지 않으면 주민들은 큰 식수난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깊게 판 샘 3, 4곳에서는 아직 짠물이 올라오지 않아 식수로 사용하고 있지만 마을 전체 주민(153가구, 336명)이 먹기에는 역부족이다.
전북도에서는 8개 시군 105개 마을 8835명 주민(3741세대)들이 가뭄으로 비상급수를 받고 있다.
이 가운데 6개 시군 50개 마을 3363명(1421세대)이 급수차로 물을 배급받고 있고 나머지는 하루에 한두 차례씩 물을 공급받는 제한급수로 버티고 있다. 전북 군산시 무녀도와 선유도 등 2개 섬도 오전과 오후 한 차례씩 제한 급수를 받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 태백권관리단은 12일 태백시와 정선군 고한·사북·남면 삼척시 도계읍에 공급하는 물 공급량을 30% 줄였다. 물 공급이 줄면서 태백시 문곡동 소롯골과 서학1리, 절골, 예랑골 등 고지대 313가구(주민 1040명) 가구의 물 공급이 중단됐다.
지방자치단체들은 계속된 가뭄으로 대책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대구시는 겨울가뭄이 계속됨에 따라 댐 저수량 확보를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지역 상수원인 공산댐과 가창댐의 수돗물 생산량을 줄이고 있다.
강원도와 지자체는 가뭄이 심화되면 해당지역의 리조트나 목욕장, 골프장 등 관광시설 물사용처의 사용량을 줄여나가며 급수확보 대책에 나서기로 했다.
이유종기자 pen@donga.com
지방팀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