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SCHOOL DIARY]급식도우미

  • 입력 2009년 1월 13일 02시 55분


급식도우미 펑크 낼 수도 직장 빠져 나올 수도 없고…

직장맘 “3만원 주고 대행알바에 맡겨요”

“1년에 예닐곱 번은 가죠. 반차 월차 써서요. 그래도 전업주부하고는 비교가 안 돼요.”

자녀의 학년이 바뀔 때마다 ‘직장맘’들은 고민에 빠진다. 급식 도우미, 등하교 도우미, 학부모 총회, 대청소, 학예회, 운동회, 개별상담까지…. 엄마가 학교를 찾아야 할 일은 어쩜 그리 많은지. 학교를 자주 찾을 수 없는 직장맘은 ‘혹시나 내 아이에게 피해가 가는 건 아닐까’ 애만 탄다.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의 엄마라면 누구나 한번쯤 해봤을 이런 고민들. 실제 직장맘들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학년 초 학부모 총회 참석은 필수=아무리 직장일이 바쁘더라도 3월 열리는 학부모 총회만큼은 참석한다. 학부모 총회는 담임교사에게 처음 ‘눈도장’을 찍는 자리인 동시에 첫 학부모 모임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이 때 엄마들은 연락처와 주소를 적어서 서로 교환한다. 이 연락망은 직장맘의 필수품이다.

초등학교 2학년 딸을 둔 직장맘 양모(경기 하남시) 씨는 “퇴근해서 오후 9시쯤 아무 생각 없이 아이의 알림장을 봤는데 ‘연 만들기 재료를 준비하라’고 적혀 있기라도 하면 한밤중에 어디서 그런 재료를 구하겠느냐”면서 “그럴 때 필요한 것이 같은 반 전업주부 엄마의 연락처”라고 말했다. 평소에 친하게 지내둔 엄마에게 전화해서 준비물을 내 아이와 함께 쓸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하는 것이다.

학부모 총회에서는 리더 격인 엄마를 뽑고 급식, 등하교, 청소 도우미를 정한다. 이럴 때 ‘목소리’ 큰 사람은 어김없이 전업주부란다. 직장맘은 그저 조용히 자리를 지킨다고.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이 있는 윤모(서울 강남구 개포동) 씨는 “학부모 총회에 가면 분위기만 봐도 누가 전업주부고 누가 직장맘인지 대번에 안다”며 한숨을 쉬었다.

주말에 다 걸기(올인)하라=직장맘들은 “담임교사와의 첫 대면에서 최대한 죄송해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선수를 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귀띔한다. 담임교사에게 건네는 한마디로 가장 좋은 것은 “제가 직장에 다녀서 주중에는 학교 오기가 어렵지만 토요일 날 일 있을 때 불러주시면 언제든 오겠습니다”라고.

말로만 하지 말고 행동으로도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 윤 씨는 “토요일에 학예회나 체육대회가 있으면 부부가 만사 제쳐두고 학교로 달려간다”고 말했다. 얼마 전에는 남편이 학교에 일일교사로 참여하기도 했다. 윤 씨는 “아빠가 학교에 가는 건 드문 일이라 한번만 가도 담임교사는 물론 다른 학부모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면서 ‘차별화 전략’을 소개했다.

도우미는 ‘알바 아줌마’를 쓰기도=직장맘들이 가장 난감해 하는 문제는 ‘급식 도우미’와 ‘등하교 도우미’다. 학부모가 매일 돌아가면서 맡는 일인데, 그때마다 회사에 휴가를 낼 수도 없고…. 윤 씨는 “추운 겨울 아침 출근길에 등하교 도우미를 하고 있는 엄마라도 만나면 그렇게 미안할 수가 없다”고 털어놨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남의 손을 빌리는 상황도 일어난다. 특히 급식 도우미의 경우 이런 일을 전문적으로 대행해주는 ‘알바 아줌마’를 쓰기도 한다. 대개 초등학교 인근에 사는 이런 아줌마들의 연락처는 직장맘들 사이엔 입소문이 나 있다. 서너 시간 급식 도우미를 대신 해주고 받는 돈은 3만 원 남짓이다.

e메일과 문자메시지를 이용하라=담임교사가 휴대전화 번호나 e메일 주소를 학년 초 학부모들에게 알려주는 경우가 대부분. 직장맘들은 이런 연락수단을 이용해 담임교사와 소통할 수 있다. “아이가 감기에 걸려서 체육시간에 쉬게 했으면 좋겠다”든지 “아이와 며칠 현장학습을 다녀오겠다” 같은 부탁의 말이 대부분이지만, 교사와 친근감을 유지하는 데는 좋은 방법이다.

양 씨는 주말에 시간을 내서 다른 학부모와 차를 마시고 밥도 산다. 이런 자리에서 아이의 학교생활도 전해듣고 쏠쏠한 학교정보도 들을 수 있다. 토요일에는 아이 친구의 생일파티에 함께 가기도 한다. 생일파티에선 아이의 교우관계도 알 수 있고 다른 엄마들을 만나 정보도 얻는다.

이런 노력 덕분에 양 씨는 얼마 전 한 엄마로부터 문자를 받았다. ‘엄마들끼리 모여서 아이들이랑 현장학습 가려고 하는데 올래요?’라는 간단한 문자였지만 그리 반가울 수가 없었다. 양 씨는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초등학교는 엄마들의 유대관계가 중요하더라고요. 내가 엄마들 사이에 끼질 못하면 내 아이도 반 아이들 사이에 끼질 못해요. 학교생활은 엄마도 잘 해야 하고, 아이도 잘 해야 하는 거죠.”

최세미 luckyse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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