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나는 친구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지 걱정이에요. 내성적인 성격인 데다 집중력도 약한데 학교생활에 적응할 수 있을까요?”
주부 박모(38·서울 동작구) 씨는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딸 때문에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스스로 생활해야 하는 학교에서 아이가 뒤처지지는 않을까, 단체생활과 경쟁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학교나 등하굣길에 일어날 수 있는 안전문제도 마음을 불안하게 한다.
김소진 위즈아일랜드 감성놀이연구소 실장은 “부모의 불안감은 취학 전 아이로 하여금 학교를 더 두려워하도록 만드는 악영향을 미친다”면서 “영어, 수학, 미술 등의 선행학습보다는 쉽고도 재미있는 놀이교육을 통해 사회성을 기르고 집단생활에서의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내 아이가 초등학교생활에 잘 적응하도록 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초등학교 입학 전 아이가 집에서 놀이를 통해 사회성을 배우고 안전문제를 체득하도록 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 역할극과 게임으로 사회성을
원만한 교우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학교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친구들과의 관계 속에서 자녀가 좌절감을 경험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여럿이 함께하는 놀이나 역할극을 통해 상대방에 대한 예의와 배려를 배우도록 한다.
집에 있는 동화책과 소품만 활용해도 역할극은 가능하다. 특히 친구가 필요한 이유,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는 방법, 우정 등을 소재로 한 동화책은 훌륭한 ‘연극대본’이 된다.
가족 또는 또래 친구 두세 명과 함께 큰 도화지에 배경그림을 그리고, 극에 필요한 소품도 직접 만들어 본다. 연극을 할 땐 등장인물들을 돌아가며 모두 연기해 볼 수 있도록 한다. 연극 후엔 느낀 점을 서로 말해본다.
부모는 “너라면 기분이 어떨 것 같아? 친구 기분은 어떨까? 그럼 친구에게 어떻게 해주면 좋을까?” 같은 질문을 통해 친구 사이에서 지켜야 할 예절, 규칙, 약속을 아이가 스스로 깨닫도록 한다.
경찰과 범인, 환자와 의사, 말썽쟁이 학생과 선생님 같은 역할들을 엄마와 자녀가 번갈아 해보아도 도움이 된다. 부모의 옷이나 모자, 도화지로 만든 가면 등을 활용하면 재미를 더할 수 있다.
다른 사람과의 협동이 필요한 놀이도 사회성을 기르는 데 효과적이다. 털실을 이용한 실뜨기 놀이, 엄마와 아이가 도미노 블록을 하나씩 번갈아 세우면서 나비나 하트 모양을 완성시키는 게임은 협동심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 이어달리기와 단체 줄넘기 같은 체육활동도 좋다.
○ ‘만약에 놀이’로 발표력을
초등학교는 발표수업이 많다. 많은 사람 앞에서 자신 있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도록 평소에도 아이에게 의견이나 느낌을 묻는 질문을 자주 던진다.
‘만약 내가 이 책의 주인공이라면’ ‘만약 내가 북극곰이라면’과 같이 비현실적인 상황을 가정하고 상상해 보는 놀이는 창의력과 발표력을 동시에 키울 수 있는 방법. 마찬가지로 ‘화장실에 휴지가 없다면’ ‘지구에서 물이 사라진다면’ ‘우리에게 전기가 없다면’ 처럼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고 엄마와 함께 해결방안을 고민해 봐도 좋다.
상자로 만든 작은 무대를 거실에 설치하고 수시로 그 무대에 서서 발표연습을 하도록 하면 다른 친구들 앞에서 말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 효과를 본다. 이때 발표주제는 자신이 그린 그림이나 재미있게 읽은 책을 포함해 자유롭게 정한다. 발표를 마치면 미리 만들어 둔 상장을 자녀에게 주거나 스티커를 붙여주면서 칭찬해준다.
커다란 도화지에 특정 주제에 대해 떠오르는 단어들을 모두 적고, 공통점을 가진 단어들끼리 묶어가며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보는 놀이를 하면 조리있게 말하는 습관을 기르는데 도움이 된다. 계절을 주제로 대화를 나눈다면 ‘겨울-눈사람-찐빵…’처럼 생각나는 단어들을 적은 뒤 “왜 눈사람이 생각나지?” “눈사람하면 떠오르는 게 뭘까?” 같은 질문을 던져 생각을 확장하도록 유도한다.
○ ‘이미지 놀이’로 안전지도를
안전사고에 대한 대비는 말로만 설명할 것이 아니라 아이가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놀이를 활용하면 효과를 배가시킬 수 있다.
자녀와 함께 도화지에 동네지도를 그린 뒤 신호등과 교통안전표지판을 만들어 설치해보자. 이쑤시개 끝에 정지 표지판이나 신호등 그림을 그려 붙인 뒤 찰흙으로 받침을 만들어 세우면 된다. 완성된 동네 교통지도를 함께 보면서 신호등이 빨간불일 때와 횡단보도를 건널 때는 각기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묻고 자녀가 스스로 대답하게 한다.
화재나 위험한 도구, 친구와의 몸싸움에 대해 경각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선 ‘이미지 놀이’가 효과적. 이미지 놀이는 각종 매체에 난 사진이나 그림을 소재로 놀면서 학습효과를 내는 활동이다. 사람들이 무질서하게 줄을 선 모습, 산불이 난 모습을 옮긴 사진을 신문이나 잡지에서 스크랩한 뒤 이들 사진을 자녀가 각각 ‘위험’ 또는 ‘안전’이란 단어가 적힌 상자에 분리해 담도록 한다.
○ ‘시간제한 놀이’로 집중력을
집중력 시간이 짧은 예비 초등학생에겐 수업시간 적응훈련도 필요하다. 잡지의 그림을 오려 조각을 낸 뒤 다시 맞추는 퍼즐놀이나 블록 쌓기 놀이는 집중력을 기르는 데 좋다.
짧은 동화책 3권 읽기, 5가지 색만을 사용해 그림 그리기, 한글 쓰기처럼 매일 20∼30분안에 끝낼 수 있는 과제를 주고 끝까지 해낼 수 있도록 곁에서 지켜봐준다.
시간이나 분량에 제한을 두지 않으면 아이가 중간에 포기하기 쉬우므로 단시간 내에 할 수 있는 간단한 과제를 내준다. 과제는 반드시 책상에 앉아 하도록 유도한다. 시간 안에 과제를 마치면 종을 치게 하거나 스티커를 붙여주어 성취감을 느끼도록 한다.
이혜진 기자 leehj0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