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인사때 ‘TK출신 우대’ 여론 감안
일부 퇴진거부 검사장엔 ‘좌천성 발령’
13일 발표된 검찰 고검장 및 검사장급 인사는 대체로 무난하다는 평가 속에 정통 공안 검사들의 약진이 돋보인다.
공안기획통인 문성우 법무부 차관이 검찰총장을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보좌하는 대검 차장에 기용됐고, 서울중앙지검 공안 1·2부장과 대검 공안기획관 등을 거친 천성관 수원지검장이 검찰의 최일선 사령탑인 서울중앙지검장에 올랐다.
서울고검장으로 자리를 옮긴 권재진 대검 차장, 법무부 차관으로 자리를 옮긴 이귀남 대구고검장도 모두 대검 공안부장을 지낸 경력이 있다.
대검 공안부장에 임명된 노환균 울산지검장 역시 검찰의 대표적인 공안통이다. 2003년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공안 관련 보직에서 밀려났다가 이번에 ‘전공 분야’로 돌아왔다. 3수 끝에 지난해 3월 인사에서 검사장으로 승진했던 황교안 법무연수원 기획부장도 일선 검사장인 창원지검장으로 안착했다.
검찰 내 ‘4대 요직’인 서울중앙지검장, 법무부 검찰국장, 대검 중수부장, 대검 공안부장 가운데 3명이 서울 경기지역 출신인 것도 특징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지난해 검사장급 이상 인사에서 대구 경북 출신을 우대한 것 아니냐는 검찰 내부의 목소리를 감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고검장 및 검사장으로 승진한 8명의 출신 지역도 서울과 충청 각각 2명, 대구경북 부산경남 호남 강원 각각 1명으로 지역 안배가 이뤄졌다.
하지만 이번 인사는 일부 고검장과 검사장의 용퇴 문제로 전례 없는 진통을 겪었다.
법무부는 당초 용퇴 대상자들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할 때까지 시간을 준다는 방침이었지만 일부 대상자가 퇴진을 거부하면서 인사가 지체되자 13일 전격적으로 인사를 단행했다.
일부 검사장급의 퇴진 거부 의사가 워낙 완강해 ‘좌천성’ 인사를 통해 사퇴를 유도한 뒤 빈자리를 메우는 방식을 택한 것. 19일자 인사를 일주일이나 앞서 발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용퇴를 거부했던 사법연수원 13기의 박영관 제주지검장과 조한욱 광주고검 차장은 동기나 후배 밑에서 일해야 하는 지검 차장으로 발령이 났다. 12기인 김상봉 부산고검 차장도 3기수나 후배인 최교일 서울고검 차장의 결재를 받아야 하는 서울고검 송무부장으로 전보됐다. 박 지검장은 인사 발표 직후 사표를 냈다.
박영수 서울고검장은 12일 오후 김경한 법무부 장관과 임채진 검찰총장의 설득 전화를 받고 막판까지 고심하다 인사 발표 직전인 13일 오전 사표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 신임 고검장 및 검찰 4대요직 인사 프로필 ▼
○ 신상규 광주고검장
○ 천성관 서울중앙지검장
검찰 내 공안 요직을 두루 거친 대표적인 공안통. 순발력 있게 위기를 돌파하는 능력이 있으면서도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2000년 서울지검 공안2부장으로 있으면서 16대 국회의원들의 선거법 위반 수사상황 문건 유출 사건을 무리 없이 처리했다. △서울(51) △대검 공안기획관 △울산지검장 △서울남부지검장 △수원지검장
○ 한상대 법무부 검찰국장
○ 이인규 대검 중수부장
○ 노환균 대검 공안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