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자회사 우리캐피탈 편법대출 여부 감사”
대우자동차판매㈜ 사장이 회사 임직원 20여 명에게 계열사 금융기관에서 개인 대출을 받게 한 뒤 이 돈을 자신의 개인 채무 50억여 원을 갚는 데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13일 대우차판매와 우리캐피탈에 따르면 대우차판매와 계열사인 MMSK(미쓰비시자동차 수입회사) 직원 20여 명이 우리캐피탈에서 1인당 2억 원 안팎의 신용대출을 받아 대우차판매 이모 사장에게 빌려줬고, 이 사장은 이 돈으로 채무 50억 원을 상환하는 데 사용했다.
우리캐피탈은 대우차판매의 할부금융을 담당하는 자회사로 이 사장이 회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이 사장이 채무상환을 위해 직원들에게 거액의 대출을 받도록 한 것은 회사 지분을 늘리는 과정에서 끌어다 쓴 대출금 상환 압력 때문이다.
이 사장은 2007년 12월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대우차판매 주식을 담보로 70억 원을 빌려 자사주 22만 주를 매입했다. 이 때문에 이 사장의 자사주 지분은 2.2%에서 3.2%로 늘었고 기관투자가를 제외하면 개인으론 최대주주다.
하지만 대출 당시 3만8000원대였던 대우차판매 주가가 지난해 12월 9000원대로 하락하면서 담보 가치가 줄어들자 채권은행은 이 사장의 서울 서초동 자택에 근저당을 설정하는 등 대출금 회수에 나섰다. 상환 압박이 심해지자 이 사장은 이달 초 임직원들로 하여금 우리캐피탈을 통해 신용대출을 받게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장은 이날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임직원들이 회사 영업자금 마련을 위해 2억 원씩 대출받기로 했다는 보고를 받고 내 빚이 더 급하니 도와 달라는 부탁을 했다”며 “임직원들이 그 요청에 응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일부는 대출을 거부했지만 대부분의 직원은 요구를 받아들였다. 우리캐피탈은 대출금을 직원들의 통장에 입금했고 이 사장은 직원들 명의로 들어온 50억여 원을 확보했다.
직원 A 씨는 “대출을 주도한 임원이 ‘우리는 평생 같이 갈 사람’이라며 인간적으로 부탁해 거절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며 “부탁을 거절하면 불이익을 받을 것 같아 두렵고, 대출을 받자니 신용불량자가 될 것 같아 걱정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회사 측은 “사장이 직원 경조사를 일일이 챙기는 등 신망이 두터워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동참했을 뿐 강압은 없었다”며 “대출받은 돈에 대해선 회사 차원에서 빠른 시일 내에 돌려주겠다”고 밝혔다.
대우차판매는 GM대우자동차의 국내 판매를 대행하는 회사다. 대우차판매 주식의 13일 종가는 6720원으로 현재 이 사장이 보유한 주식의 시가총액은 62억2272만 원 정도다.
법무법인 우면 정원진 변호사는 “사장이 직원들에게 빌린 돈을 갚지 못할 경우 사기죄가 될 수 있다”며 “우리캐피탈이 담보 없이 신용대출한 돈을 직원들이 갚지 못할 경우 경영진에게는 배임죄가 성립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우리캐피탈의 편법 대출 여부와 관련해 “신청 당사자와 대출 규모를 확인한 뒤 대출 과정에 문제가 없는지 등을 감사하겠다”고 밝혔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