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그림 받았다”… 남편은 “아니다”… 누가 거짓말?

  • 입력 2009년 1월 14일 03시 02분


일본서 돌아오는 韓청장 한상률 국세청장이 일본 방문을 마치고 1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한 청장은 전군표 전 국세청장에게 그림 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인천=변영욱  기자
일본서 돌아오는 韓청장 한상률 국세청장이 일본 방문을 마치고 1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한 청장은 전군표 전 국세청장에게 그림 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인천=변영욱 기자
■ 전군표 前청장 부부 ‘학동마을’ 엇갈린 주장

《전현직 국세청장이 인사 청탁을 하면서 고가의 그림을 주고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13일 당사자들은 일제히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2000만∼3000만 원에 이르는 문제의 그림이 어떻게 전 국세청장 부인의 수중에 들어가게 됐는지에 대해서는 명쾌한 설명이 없어 의혹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그림의 이동 경로 파악이 상납 의혹을 풀 수 있는 열쇠인 셈이다.》

최화백 유족 “어디갔나 몰라”… K갤러리 “모두 돌려줘”

그림은 있는데… 이동경로 의혹엔 관련자 모두 ‘모르쇠’

국세청 간부 全씨 면회說… ‘전-현청장 메신저’ 의혹도

○ 전군표 한상률, “사실 무근”

전군표 전 국세청장과 한상률 현 국세청장은 13일 전 전 청장의 부인 이모(50) 씨가 전날 제기한 ‘그림 로비’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뇌물수수죄로 서울 성동구치소에 수감 중인 전 전 청장은 자신의 재판 변론을 맡은 박영화 변호사를 통해 “부인이 여러 기자와 통화하면서 이야기한 내용은 사실 무근”이라며 “흥분해서 경거망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의 강력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먼저 ‘전 전 청장의 부인 이 씨가 아무런 근거도 없이 거짓으로 폭로할 수 있었을까’ 하는 점. 전 전 청장이 부인 이 씨의 발언을 전면 부정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국세청 현직 간부가 12일 전 전 청장을 면회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국세청 안팎에선 이 간부가 한 청장과 전 전 청장 사이에서 사태 수습을 위해 모종의 메신저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그러나 이 간부는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나는 전 전 청장을 면회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또 전 전 청장이 부인 이 씨의 발언을 하루 만에 180도 뒤집은 배경에는 자신의 형량이 추가될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인사 청탁과 함께 고가의 그림을 받았다는 이 씨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나면 추가로 기소돼 형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 그림의 가격이 3000만 원 이하일 경우 형법상 뇌물죄, 그 이상일 때는 특가법상 뇌물죄가 적용된다. 뇌물죄는 준 사람과 받은 사람 모두 처벌 대상이다.

한 청장은 이날 일본에서 귀국한 뒤 인천공항과 경기 고양시 일산 자택 인근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림을 본 적도, 소유한 적도 없으며 전 전 청장 부부와 함께 4명이 만난 적도 없다”고 의혹을 일축했다.

○ 그림 유통경로가 열쇠

최욱경 화백의 그림 ‘학동마을’이 언제 어떻게 이동했는지가 진실을 밝혀 줄 열쇠다. 유통경로를 정확히 알 수 있다면 전 전 청장이 한 청장으로부터 그림을 받았는지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이 그림의 유통경로는 오리무중이다. 그림은 2005년 5월 26일∼7월 16일 서울 종로구의 K갤러리에서 열린 회고전에 전시된 이후 자취를 감췄다. 이후 2008년 10월 이 씨가 G갤러리 홍모 대표에게 판매를 위탁하면서 존재가 드러났다.

3년여 동안의 행방이 묘연한 상황. 하지만 관련자들은 그림의 이동 경로에 대해 명쾌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학동마을’을 전시했던 K갤러리 이모 대표는 “전시가 끝난 뒤 (소장자에게) 다 돌려줬다”고 말했다. 하지만 누구에게 빌려왔느냐는 질문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 화백 사후에 작품 관리를 맡아온 여동생 최모 씨도 “학동마을은 언니가 살아있을 때 팔았든지, 다른 사람에게 줬을 것”이라며 “그 후 어떻게 유통됐는지는 내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12일 그림 상납 의혹을 세상에 밝힌 전 전 청장의 부인 이 씨, 그림을 이 씨에게 전달한 의혹을 받고 있는 한 청장의 부인 김모 씨, 매매를 의뢰받은 G갤러리의 홍 대표 등은 파문이 확산되자 하나같이 입을 다물고 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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