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A국장 “그림 경로 중요… 왜 날 끌어들이나”
현직 국세청 고위 간부 A 씨의 부인인 G갤러리 홍모 대표는 왜 그림의 출처가 한상률 국세청장이라고 공개했을까. 이번 의혹 사건을 둘러싼 여러 가지 의문점 가운데 특히 풀리지 않는 대목이다.
홍 씨는 그림 상납 의혹이 처음 불거진 12일 기자들과의 통화에서 “문제의 그림은 한 청장 부인이 전군표 전 국세청장 부인에게 줬다”고 말했다. 기자들이 묻지도 않았는데 한 청장의 이름을 먼저 말한 점이 이례적이었다.
국세청 주변에서는 홍 씨의 발언 뒤에는 A 씨와 한 청장 사이에 보이지 않는 갈등이 있었기 때문일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A 씨의 국세청 내부 위상이 전 전 청장 당시와 한 청장 취임 후에 엇갈리는 점이 이런 시각의 근거다.
A 씨는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1월 국세청 요직 중 하나인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장에 전격 발탁됐다. 그가 전 전 청장 시절인 2007년 7월 대구지방국세청장에 임명된 것은 초고속 승진의 결정판이었다.
당시 지방청장은 행정고시 21회가 주축이었고 지방청장과 같은 급인 본청 국장들도 21, 22회가 맡고 있었다. 26회인 A 씨가 승승장구하자 일각에서는 그의 고향 및 출신 학교와 연결짓기도 했다.
하지만 한 청장이 취임하고 정권이 바뀐 뒤인 지난해 4월 A 씨는 한직으로 간주되는 서울청 세원관리국장으로 임명됐다.
대개 대구청장 다음에는 중부청장이나 본청 조사국장 등으로 영전하는 사례가 많지만 A 씨는 대구청장 이전 보직인 조사1국장보다 한직으로 밀려난 것.
이때 국세청에서는 A 씨가 ‘노무현 정부 사람’으로 분류된 것이 좌천성 인사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A 씨는 곧 단행될 국세청 인사에서 미국 국세청으로 교육파견 발령을 받을 예정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연히 재기를 꿈꾸던 A 씨가 반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A 씨는 14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인사 불만이 있으니까 그랬겠지’라는 추정만 갖고 나를 의혹 제기의 당사자로 몰고 있는데 이는 명백히 사실이 아니다”라며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라. 국장급 간부인 내가 뭘 얻겠다고 조직의 수장을 겨냥해 그런 일을 하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림을 받은 사람이 남편의 가중처벌을 각오하고 그림 취득을 인정했는데 이보다 더 명백한 게 어디 있느냐”며 “그림의 유통경로를 따라가면 될 것을 공연히 나를 끌어들여 물 타기를 하는 것은 비열한 짓”이라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