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오후지만 도로 근처에는 지나는 사람을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한적했다. 도로 양쪽에는 야산과 밭이 길게 이어졌다.
이 길이 바로 지난해 12월 19일 실종된 여대생 A(21) 씨가 주로 이용하던 곳이다. A 씨가 사라진 때도 이날처럼 인적이 드문 금요일 오후였다.
사건 당일 A 씨는 근처 군포보건소에서 마지막 모습이 확인된 뒤 소식이 끊겼다.
한 식당 주인은 "여기는 시골이나 마찬가지일 정도로 외진 곳"이라며 "출퇴근 시간을 제외하고는 지나다니는 사람을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군포 여대생 실종 사건이 18일로 발생 한 달을 맞았지만 여전히 실마리가 풀리지 않고 있다. 경찰이 실종사실을 알리고 공개수사에 들어간 지도 2주가 됐으나 이렇다할 제보도 없는 상태다.
경찰은 A 씨와 용의자의 예상 이동경로인 군포보건소에서부터 A 씨의 휴대전화가 꺼진 안산시 건건동, 현금이 인출된 안산시 성포동 구간의 폐쇄회로(CC) TV 300여 대를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CCTV 자료 분석에서도 큰 진전은 없는 상태다. 보건소에서 800m 가량 떨어진 주유소 CCTV에 A 씨로 보이는 여성이 찍혔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분석에서도 끝내 확인되지 않았다.
또 매일 200명 가량의 경찰력을 동원해 군포, 안산 일대 야산과 저수지 등을 수색하고 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경찰은 현재 A 씨가 착용했던 14K 반지와 팔찌, 목걸이의 행방을 조사 중이다. 시가 20만 원 정도에 불과하지만 돈이 급한 범인이 장물로 팔았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발적인 범행 보다는 치밀하게 계획된 범죄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기경찰청 관계자는 "사건 발생지역의 환경이나 여러 정황 상 면식범의 우발적 범행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며 "그러나 자세한 수사방향은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빠르면 이번 주 중 A 씨의 신원과 얼굴을 모두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신원과 얼굴 공개에 반대하던 가족들이 마음을 바꾸고 있다"며 "조만간 완전 공개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군포=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