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그 골목엔 뭔가 있다]<9>분당 자동차거리

  • 입력 2009년 1월 19일 02시 58분


“車부품 없는 것 없고 못고치는 고장 없다”

1990년대부터 소규모 정비업체 하나둘 둥지

강원-충청서 찾아오고 호주까지 출장 수리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에는 30∼40층 규모의 주상복합 아파트가 밀집해 있다.

이 화려한 마천루 코앞에 분당을 대표하는 또 하나의 명소가 있다. 카센터부터 세차장까지 자동차와 관련된 모든 업종이 한자리에 모여 있는 곳, ‘자동차거리’다.

완성차만 팔지 않을 뿐 이곳에서는 자동차의 겉과 속을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다. 아무리 저렴한 경차나 값비싼 수입차라도, 일단 고장 나고 찌그러졌다면 이곳에서는 차별 없이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 “수리를 위해 들어온 차는 못 고치고 나가는 경우가 절대로 없다”는 것이 이 자동차거리의 원칙이기 때문이다.

○“대부분 20∼30년 경력 기술자”

분당신도시 한복판에 자동차거리가 생긴 것은 1990년대 초반. 소규모 정비업체가 하나 둘씩 문을 열더니 부품이나 인테리어 전문점이 뒤를 이었다.

2000년대 들어선 내비게이션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자 관련 업소가 잇따라 문을 열기 시작했다. 최근엔 자동차가 찌그러졌을 경우 색을 덧칠하지 않고 원상태로 만드는 ‘덴트’ 전문점이 크게 늘었다.

덴트 전문점은 수입차 비중이 큰 분당지역 특성에 힘입어 현재 30여 곳이 영업 중이다. 이렇게 모인 업소가 약 70곳. 이제는 수도권은 물론 강원과 충청지역에서도 찾아올 정도로 자동차 애호가들 사이에 소문이 퍼졌다.

방승호(40) 덴트마스타 대표는 “작은 흠집에도 신경을 쓰는 자동차 마니아가 특히 많이 찾는다”고 전했다.

가장 큰 인기 비결은 덴트 기술의 우수성. 1998년부터 정비업소를 운영 중인 조종규(46) 월드카센터 사장은 “규모는 작지만 대부분 20∼30년 이상 경력을 가진 기술자들이 일한다”며 “기술에서는 대형 업소보다 한 수 위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 덴트 전문점은 매년 호주 정비업계의 요청으로 현지를 방문해 우박 등으로 손상된 자동차를 수리해주고 있다.

○요일제 차량 10∼20% 할인

그러나 자동차거리에도 불황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정비업소를 찾는 손님도 40%가량 줄었고 가격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인테리어용품을 취급하는 ‘야베스’의 이재홍(42) 부장은 “경기가 좋을 때 하루 300통이 넘던 상담전화가 요즘 100여 통에 불과하다”며 “동호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온라인 마케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비업소들은 과열 경쟁 대신 네트워크 서비스를 강화했다.

수리가 어려운 자동차도 그냥 돌려보내지 않고 다른 업소에 직접 연결해준다. 또 복잡한 고장일 경우 경쟁 업소 기술자들이 함께 모여 고치기도 한다.

여기에 모든 정비업소가 지난해 말부터 요일제 참여 차량에 10∼20% 할인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유명 브랜드 부품과 저렴한 인증제품을 두루 갖춰놓고 고객들이 직접 선택하도록 했다.

조문신(42) 양지카센터 사장은 “운전자들이 대기업 부품을 무조건 선호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품질에 큰 차이가 없으면서 가격도 저렴한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불황을 이기는 현명한 선택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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